Categories: 과학문화한국

“줄기세포 사기극, 한국 극장가에서 호평”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스캔들을 소재로 한 영화 “제보자(Whistleblower)”가 개봉 이후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복제된 인간의 배아로부터 줄기세포주를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에서 시작합니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결과가 사실이었다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환자의 체세포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업적이었죠. 하지만 이내 데이터를 조작해 연구 결과를 거짓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과 연구에 사용된 난자를 제공받을 때 윤리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황우석이라는 이름은 희대의 사기꾼과 동의어가 됐습니다.

메가폰을 잡은 임순례 감독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처음 제작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였다.”며, “(황우석 박사의) 인간적인 고뇌를 함께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황우석 박사가 복제에 성공했던 복제개 스너피(Snuppy)는 영화에는 몰리(Molly)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죽어가는 몰리를 쓰다듬으며 “너무 멀리 왔다. 멈출 수 있던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한국을 들었다 놨던 극적인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영화화를 거치며 각색된 사실도 눈에 띕니다. 우선 영화의 초점이 과학자가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인에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류영준 연구원의 제보 내용도 영화 속에서는 윤민철 PD(박해일 분)가 취재를 통해 알아내는 것으로 그려졌습니다. 난자 제공 과정에서의 윤리 문제를 처음 지적한 것도 네이처 지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윤민철 PD가 밝혀냅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황우석 박사의 지지자들은 영화를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서 지켜줬어야 할 복제기술을 외국 과학계와 국내의 음해세력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는 레토릭을 다시 들고 나왔죠. 덩달아 주요 제보자였던 류영준 연구원을 향한 거센 비난도 여전히 인터넷에 보입니다. 현재는 강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는 제보자 류영준 교수는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가감된 건 이해한다.”면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Nature blog)

원문보기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뉴페@스프] 여긴 굶주리고 저긴 식량 남고…이 또한 ‘정치의 실패’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8 시간 ago

미국 대학 캠퍼스 시위를 외면할 수 없는 ‘바이든의 딜레마’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가 2주를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 측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2 일 ago

중국과 미국이 기술 협력한다? 이게 쉽지 않은 이유

중국은 최근 환경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진전을 이루며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의…

3 일 ago

[뉴페@스프] 곧 닥칠 ‘고령 사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6 일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