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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포그 칼럼] 이제 오페라에서도 오케스트라 대신 녹음된 소리가 나올겁니다

이 번 달 커네티컷 하트포드에서 예정되었던 “니벨룽겐의 반지”공연과 바그너 축제가 연기되었습니다.

이 축제의 감독 찰스 M. 골드스타인은 바그너의 오페라에 필요한 오케스트라를 컴퓨터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단순히 녹음된 CD를 틀거나 신디사이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하여금 미리 녹음된 진짜 악기 각각의 소리를 상황에 맞게 연주하게 하려 했습니다.

전문 연주가들과 음악인 노동조합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뉴욕시의 음악인 노동조합(Local 802) 대표는 이들이 노래방에서 오페라를 부르려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많은 반대의견이 빗발쳤고, 이들은 결국 축제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골드스타인이 지금 어떤 기분일지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동안 나는 브로드웨이에서 음악감독이자 편곡자로 일했습니다. 1993년, 지금은 브로드웨이 연맹(The Broadway League)이라 불리는 극장들의 소유자들이 내게 연락해 왔습니다. 그들은 내게 컴퓨터와 샘플링이 얼마나 뮤지컬 공연을 잘 보조할 수 있을지를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저명한 제작자들이 겨우 서른인 내게 조언을 구했다는 사실에 흥분했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곧 내 자동응답기에 협박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곧 사태의 내막을 알게 되었습니다. 극장주들과 음악인 노동조합은 당시 협상중이었고, 극장 측은 최신 기술을 하나의 카드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당신들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린 오케스트라를 빼고 뮤지컬 공연을 할거요”라고 협박하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그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나는 음악인 노동조합의 회원이었고, 동시에 브로드웨이의 제작자에게 고용된 처지였습니다. 나는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양쪽의 처지를 모두 충분히 이해합니다.

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은 오케스트라를 직접 듣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누구도 CD를 듣기 위해 표를 사진 않을겁니다. 여러 음악가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는 일에는 분명 어떤 감동이 있습니다. 물론 노동조합의 반대에 이런 고상한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여기에는 그들의 밥그릇이 걸려 있습니다.

제작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실제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런 디지털 오케스트라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공연을 아예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몇 년 간, 오페라 클리블랜드, 오페라 퍼시픽, 샌 안토니오 오페라,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뉴욕 시티 오페라가 문을 닫았습니다.

누구도 모든 오페라단이 문을 다 닫게 되는 일이나 오페라에 피아노 반주만을 허용하게 되는 일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기술의 발전은 음악가들이 더 이상 다음의 두 가지 주장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녹음된 소리는 실제 연주보다 못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들이 실제 연주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실제 연주와 고음질로 녹음된 소리를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게 특히 비극적으로 들리는 사실은, 사람들이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993년 음악가들의 파업 때, 워싱턴 D.C의 존 F 케네디 센터는 “오페라의 유령”공연에서 녹음된 테이프를 쓰겠다고 알렸습니다. 표를 샀던 사람들의 90%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니벨룽겐의 반지”를 공연하기위해 실제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골드스타인의 생각은 맞는 말 같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를 지지하게 된다면, 모든 제작자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그를 따르게 되지 않을까요?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쪽의 주장도 쉽게 따르기 힘듭니다.

역사는 음악가의 편이 아닙니다. 댄스 공연, 식당, 학교 연극, 그리고 동네 극장에서 녹음된 음악은 음악가들을 대체했습니다. 아무도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창조적인 산업 분야에서도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디지털 기술이 과거의 모델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책의 출판, 영화 촬영, 대중 음악 녹음 등의 여러 분야가 그렇습니다.

기술과 생음악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겁니다. 그러나 나 역시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생음악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오페라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아 보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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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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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3개월전쯤 전에 실린 The Economist 특집기사가 생각나네요. 디지탈혁명이 제3의 산업혁명으로서 노동자들의 기존 직장을 없애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새로운 일거리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기사인데 오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현상이 나타나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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