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은 경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줍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경제가 좋으면 집권 여당에 유리하고 반대로 경제가 나쁘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계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원인과 결과의 화살표를 반대로 돌려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즉,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지가 경제성장이나 실업률에 영향을 미칠까요? 특정 정당의 집권 여부와 경제지표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요? 최근 발표된 한 연구 논문은 ‘그렇다’고 답합니다.
프린스턴대학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와 마크 왓슨(Mark Watson)은 집권 정당과 경제지표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947년부터 2013년까지 다양한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경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할 때 공화당 대통령 때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선 GDP 성장률을 보면, 민주당 집권기 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4.35%, 공화당 집권기의 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2.54%로, 1.8%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 이는 많은 국민이 공화당에서 경제성장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죠. 민주당 집권기와 공화당 집권기의 경제지표 격차는 GDP 성장률만이 아니었는데, 민주당 집권기에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실업률은 낮았습니다. 기업 이윤이나 투자는 높았고, 주식시장도 전반적으로 더 호황을 누렸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블라인더와 왓슨 교수는 가능한 변수를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대통령이 젊을 때 당선되었는지, 의회 경험이 있는지, 혹은 집권 당시 어느 당이 의회 다수당이었는지 등의 요소는 유의미한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또 민주당이 집권하던 해에 여러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경제지표가 호전되었을 뿐이라는 주장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더니 사실과 달랐습니다. 오히려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할 때, 이전 대통령 시기의 마지막 분기 경제성장 평균은 1.9%였던 반면, 공화당 대통령은 취임 직전 평균 경제성장률이 4.3%라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했습니다. 초기 조건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공화당이 더 유리했던 셈이죠.
블라인더와 왓슨 교수는 대통령 소속 정당에 따라 경제 성과가 달라지는 원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목해 그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운(luck), 두 번째는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과 같은 정부 정책, 세 번째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 심리입니다. ‘운’에는 석유 파동의 영향, 혹은 전쟁이 발생해서 군비 지출이 늘거나 줄었는지 등이 포함되는데, 이 범주에 들어가는 요소들이 민주당 집권기와 공화당 집권기 사이에 발생한 경제지표 차이의 절반 가까이를 설명했습니다. 물론 저자들은 ‘운’이라고 부른 이러한 요소 역시 정부 정책에 따라 영향의 크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는데, 즉 대규모 석유 파동을 가져온 걸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이 경제 성과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정부의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은 두 정당 간 경제지표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의미한 변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팽창적 통화 정책이 실시되고,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는 긴축 통화 정책이 실시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지만, 실제 미국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히려 민주당 집권기에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연방자금금리(Federal Fund Rate)를 높이고 공화당 집권기에 이를 하락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는 연준이 팽창적 통화 정책을 실시해 경기를 단기간에 부양시켜 공화당 대통령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려고 ‘정치’를 했다기보다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소비자나 기업의 기대 심리가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경제 주체들이 민주당 대통령이 뽑혔을 때 미래 경제 전망을 더 낙관한다면, 이는 현실에서 경기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경제 주체들의 기대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냉장고 같은 내구소비재 구입과 기업 투자가 늘어났고, 이러한 변화는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한 첫해에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결론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기대 심리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제지표들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긴 했지만, 그 영향력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들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도 같은 틀을 적용해서 집권 정당의 차이가 경제성장에서 차이를 가져오는지 분석했는데, 캐나다만 미국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고, 나머지 나라에서는 집권 정당과 경제지표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자면,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가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보다 경제지표가 좋았다는 말은 통계적으로 맞지만, 그 원인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운(특히 외부 환경)이 더 좋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세계화가 진행돼 여러 나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경제 구조에서 한 나라의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했느냐 못했느냐만으로 그 나라의 경제 성과를 모두 설명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은 자기가 집권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고 상대방이 집권하면 금방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전하고, 선거가 끝난 뒤 높은 기대치를 이루지 못한 정권이 국민에 실망을 주는 일이 반복됩니다. 집권 정당을 평가하는 요소로 경제지표를 따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외부 국제 환경이 국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The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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