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을 받아드니 한 면 전체가 흑인 소년의 죽음으로 소요 사태에 빠진 미국 미주리 주의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이곳 네덜란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각국의 주요 일간지들이 미국의 비상사태를 머리기사로 다뤘죠. 물론 이는 유럽 특유의 지역 정서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웃 유럽 국가보다는 미국을 더 가깝게 느끼는 정서죠. 예를 들어 이곳 네덜란드의 젊은이들은 프랑스보다 미국 정치의 정치 현안들을 더 자세히 꿰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이번 사건이 중요한 국제 뉴스라 해도 사건이 일어난 미주리 주 퍼거슨 시는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중서부의 소도시고, 우크라이나 사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등 더 가까이 중요한 뉴스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분명 유별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다소간의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며 느끼는 기쁨)가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1960년대 미국이 인종 차별 문제로 몸살을 앓을 때 프랑스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미국의 문제를 공격하는 것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았죠.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 이민자에 대한 차별, 외국인 혐오 등 인종 문제가 격화되면서 상황이 역전되니 미국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면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종 문제에 관한한 할 말이 없는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의 현 사태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퍼거슨 시의 사태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자아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종 차별이 훨씬 더 뿌리 깊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을 때는 오히려 인종 간의 반감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죠.
이번 사태가 유럽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현재 퍼거슨 시의 상황은 이상하리만치 우크라이나나 가자, 이라크를 연상시킵니다. 한 때 국가 권력이 제국의 주변부에서 사람들을 “다스리기 위해” 활용했던 무력 기법들을 나라 안에도 똑같이 적용하게 된 것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러시아 저널리스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Leonid Bershidsky)가 말한 대로, 오늘날 경찰은 테러든 마약이든 무정부주의든 정치적 반발이든 어떤 대상과 전쟁을 하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대중의 인식 속에 경찰은 시민들을 위해 길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존재니, 이와 같은 인식 차이 탓에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충돌이 생긴다는 것이죠. 베르시드스키는 이와 같은 이중적 경찰력 운용이 시민의 편에서 범죄를 소탕하는 조직인 런던 시경과 아일랜드나 인도 등지에서 제국에 적대적인 세력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한 조직인 식민지 경찰을 동시에 운영했던 대영제국의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같은 식민주의적 경찰 운용 방식이 “역수입”되어 식민지 경찰이 식민지 사람들을 대하던 것처럼 경찰이 자국 시민들을 적대적으로 대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치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퍼거슨 시의 시위 대응이 오히려 폭력과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합니다.
저는 경찰이 군사화되었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베르시드스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무장만 했지, 무능하고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죠. 제대로 군사화된 경찰은 뉴욕, 모스크바, 베이징 등 세계 각지에서 시위를 단숨에 제압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정말 우울한 지점은 바로 여깁니다. 현대 경찰력의 물리력이 향상될수록 자율적인 시민 활동의 반경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니, 유럽인들이 퍼거슨 시의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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