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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계층으로 갈수록 남녀간의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

지난 30년 동안 임금(wage)만 놓고 보면 여성은 남성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임금에서 물가 인상을 뺀 실질임금 인상률을 보면 여성의 인상률이 남성의 인상률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특히 대졸 여성의 실질임금 인상률이 대졸 남성보다 30%나 더 가파르게 상승한 데 반해, 남성의 경우 대학 졸업장이 없는 이들의 평균 실질 임금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계층이 아니라 빈곤층에 국한해 살펴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남성보다 여성이 높아서일 뿐 아니라, 아이가 있는 한부모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가 남자보다 여자의 몫인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996년부터 2011년 사이에 1인당 하루 생활비가 2달러 이하인 가족의 전체 숫자는 두 배 늘어나는 동안, 이 가운데 여자 혼자 경제를 책임지는 가정의 숫자는 세 배 늘어났습니다. 임금 또는 가정의 소득이 빈곤층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의 전부가 아닙니다. 싱글맘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을 한 여성들도 아이를 돌보는 일을 비롯한 가사에서 특히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대학교의 혹스차일드(Arlie Russell Hochschild) 교수는 계층 격차나 빈곤층에서 두드러지는 여성의 불평등한 처우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할 때 공공 정책을 바꿔 이를 해결하려는 논의가 생각 만큼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예를 들어 빈곤층의 싱글맘일수록 육아 휴직이 육아나 가사를 병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에서 이런 종류의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혹스차일드 교수는 자유시장경제가 가족의 근간을 갉아먹고 있다고 일갈합니다.

“낙수 효과가 실제로 일어났다면, 가장 부유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건강 상태, 교육 수준 모두 가장 뛰어나야 할 것입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지난 2010년 유니세프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 나라의 가장 빈곤계층 출신 어린이들이 그 나라의 중위소득 계층의 어린이와 건강, 교육 상태 등을 비교했을 때 미국은 조사 대상 24개 나라 가운데 23위를 기록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도 최소한의 건강, 교육을 받도록 사회와 정부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미국은 정책적으로 이런 노력이 부족했거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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