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는 꺼져라(Fuck Wi-Fi). 팀을 응원해라”
8월 16일 네덜란드 필립스 스타디움에 등장한 플래카드입니다. 홈팀 PSV 에인트호번 응원단은 시즌 첫 시합이 열린 이 날 인터넷 무선통신(Wi-Fi) 시설이 관중석에 설치된 것에 격렬히 항의했습니다. 특히 가장 열혈팬이 모인다는 T 구역과 U 구역에서 시위가 거셌습니다. 이들은 와이파이 마크에 빨간 빗금을 그은 항의 피켓을 들고 경기 전 시위를 벌였습니다.
팬들은 Wi-Fi로 인해 관중이 경기에 집중하지 않게 되고 경기장 분위기가 흐려진다며 비판했습니다. 특히 Wi-Fi를 설치한 목적이, 시합 중 일어서서 응원하는 팬을 자리에 앉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합니다. 관중 성향을 고급화(gentrify)해서 입장권 가격을 올리려는 계획이라는 겁니다. “앉아 있을 것 같으면 그냥 집에서 TV 중계를 보지 왜 경기장에 오느냐”고 팬들은 반발합니다. 이날 등장한 항의 플래카드에는 “함께 일어서자”는 구호도 있었습니다.
시위에 대한 반응은 축구 애호가 사이에서도 엇갈립니다. 일부는 시대에 뒤처진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합니다. 축구 게시판에서는 구단이 관중을 위해 팬서비스를 해준 것인데 왜 반대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편 와이파이 추방 운동을 현대 축구의 상업성에 반대하고 전통을 지키려는 일종의 낭만주의라며 지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날 모인 관중 3만 명 가운데 1만 7천 명이 Wi-Fi를 이용했고, 한 때 1만 1천 명이 동시에 접속하기도 했습니다. 구단 측은 wi-fi 시설을 까는 데 2백만 유로가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PSV의 라이벌 구단 아약스도 내년에 홈 경기장에 Wi-Fi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Ad.nl, Guardian)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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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온 관객들에게 일어서서 응원하는걸 강요하는 불편한 현실. 와이파이로 중계 잡아 듣고 리플레이 봐가면서 즐기는 팬도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