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주: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상속 재산은 어떻게 경제성장을 돕고 있나>가 전 세계적 논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역시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연재 중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교수가 6월24일 이를 반박하는 글을 썼습니다. 원제는 <한량들에 대한 연민>(Sympathy for the Trustafarians)입니다.]
맨큐 교수의 상속 재산 옹호에 대해 제가 몇 마디 언급해주길 바라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그 칼럼은 세습 자본주의에 대한 진정한 우려와는 기이하게 동떨어진 이상한 글입니다. 맨큐의 분석 가운데 일단 두 가지 주요 문제부터 짚어보죠. 하나는 순수하게 경제학적인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경제학과 연루된 것입니다.
먼저 경제학. 맨큐 교수는 부자 가문의 재산이 축적되면 모두에게 좋다고 주장합니다. 자본 보유량이 증가하고 그 자본이 임금상승 형태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trickle down)가 생긴다는 거죠. 이게 바른 논증일까요?
글쎄요. 경제학자라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거라고 제가 생각했던 것 하나가 있다면, 그건 기회 비용에 대해 명확히 해두는 겁니다. 우리는 부자 가문의 재산이 축적되는 상황과, 그 자원이 다른 대안적 방법으로 쓰일 때의 상황을 비교해야 합니다. 이때 (맨큐가 실질적으로 가정하는 것처럼) 재산이 상속되지 않으면 단순이 없어져 버린다고 가정해선 안 됩니다. 아마도 맨큐는 상속과 대비되는 것으로 재산을 방종하게 낭비하는 상황을 가정한 듯하지만, 그건 정책적 대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진짜 말하려는 건 부자에게 물리는 세금입니다. 바른 질문은 부자에게 세금을 물렸을 때 수익이 어떻게 될 건지, 아니면 부자들이 계속 그 돈을 갖고 있으면 어떻게 될 건지를 따져 묻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부자에게 거둬들인 추가 세수를 적자를 메우는 데 쓴다면, 상속자에게 넘겨졌을 때 일부만 저축되는 것과 달리, 전부가 저축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세수를 사회 보험이나 공익을 위해 쓴다면, 노동자가 얻을 이득은 자본 증가에 인한 낙수효과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점은 부자 상속이 노동 계층에 필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맨큐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상속세로 거둔 수입을 무용한 일에 쓴다고 주장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전 이런 가정이 바로 당신의 결론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그런 주장은 솔직하게 터놓고 말해야 마땅한 것이지, 마치 경제학적 분석을 한 것처럼 위장해 들여올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맨큐의 칼럼에 대한 더 큰 비판은 그 글이 우리가 부의 집중을 걱정하는 핵심 이유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부의 집중이 우리 정치 경제를 왜곡시키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거라는 걱정 말입니다. 이건 급진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염려입니다. 20세기 초 테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나 어빙 피셔 전 미국 경제협회 회장 같은 분들도 이 문제를 드러내놓고 우려했습니다.
궁금한 것은 보수파 경제학자들은 기득권 이해관계가 공공기관을 장악하는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의 위험에는 상당히 민감하면서도, 그와 본질에서 동등한 문제인 집중된 부가 민주주의 제도를 장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태평하게 무시하는 (혹은 아예 언급조차 거부하는) 점입니다. 저는 규제 포획을 상당히 심각하게 봅니다. 하지만 저는 금권 포획도 똑같이 심각하게 봅니다. 그리고 이건 당신이 자본 축적 낙수 효과로 노동계층이 이득을 본다는 식의 주장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닙니다.
만약 맨큐가 부의 집중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드는 비용이 그 혜택을 넘어선다고 주장하려고 했던 거라면, 좋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자본이 좋다”는 주장은 토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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