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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시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 미래에 대한 희망

시카고 남쪽의 매우 낙후된 지역에서 고등학생들의 멘토링을 담당하고 있는 팀 잭슨(Tim Jackson) 씨의 임무는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에 희망에 있다고 확신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가 멘토링을 담당하고 있는 하퍼 고등학교(Harper High School)에 다니는 남학생들은 모두 어려운 유년기를 겪었고 저소득층입니다. 하퍼 고등학교에 등록한 학생들 가운데 절반이 5년 안에 학교를 그만두는데, 이는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동네는 훔친 자전거를 두고 일어난 논쟁이나 한 남학생들을 두고 두 여학생이 페이스북에서 벌인 설전이 실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입니다. 잭슨 씨의 임무는 이러한 비극을 막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잭슨씨는 학생들에게 인생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삶이 지금의 삶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왜냐면 이들 주변에 좋은 예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소득 불평등은 지난 몇십 년간 급속히 증가했고 이제 경제적 기회는 부유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만 누리고 있으며, 이것이 불평등을 영속화시키고 있다고 사람들은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오늘날의 불평등이 다음 세대들의 사회 계층 이동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두 경제학자인 멜리사 커니(Melissa Kearney)와 필립 레빈(Phillip Levine)의 연구는 소득 불평등이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의사 결정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또 그 결과로 어떻게 소득 불평등이 가속화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커니 교수와 레빈 교수의 논문은 최하위 가구의 소득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 격차가 큰 지역일수록 저소득층 남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중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상위 부자들과 나머지 가계들의 소득 격차가 아니라 중간 소득 가계와 저소득 가계의 격차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만약 저소득층 출신 아이가 자신의 현재 상태에서 중산층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노력할 인센티브가 없어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퇴하는 것보다 평균 38%의 소득을 더 벌 수 있다거나 대학을 졸업하면 그 위에 19%를 더 벌수 있다는 간단한 통계만으로는 이들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자신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는 특히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필라델피아와 애리조나 주 소년원에 수감되었던 청소년들을 7년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일찍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더 많은 범죄,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다른 두 명의 경제학자인 가란스 게니콧(Garance Genicot)과 드브라쉬 레이(Debraj Ray)가 발전시킨 모델에 따르면 한 개인의 현재에서 도달 가능해 보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은 개인으로 하여금 교육에 더 투자하도록 만들지만, 만약 개인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수준이 현재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이는 오히려 개인에게 절망감을 가져다주고 교육에 관한 투자를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커니와 레빈 교수의 연구는 불평등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치있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중퇴한 사람 사이의 소득 격차가 계속 증가해 왔음에도 저소득층 학생들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전혀 오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소득 격차가 증가하면 고등학교를 마치려는 인센티브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고 고등학교를 마치는 것 자체가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보였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률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죠. 커니와 레빈 교수의 연구는 미국의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기회는 단순히 얻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커니 교수는 말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해결책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련의 정책들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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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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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남학생들을 두고 두 여학생이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설전" 이라는 문장이 어색해요. "두 여학생의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설전" 이나 "두 여학생이 페이스북에서 벌인 설전"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기 참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네요.

  • "주변에 좋은 예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 이 부분 너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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