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동등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보다 기후 변화라는 용어 사용을 선호하죠.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만을 가리키는 지구 온난화와는 달리, 기후 변화라는 용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폭풍, 가뭄과 같은 이상 현상까지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할 집단은 비단 과학자들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일대학 연구팀은 얼마전 같은 대상을 가리키지만 이를 지시하는 용어의 선택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에도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라는 실질적으로 같은 현상을 묘사하는 두 개의 용어를 제시한 후 각 현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놀랍게도 응답 결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기후 변화를 나쁘게 본다는 응답률은 63%인데 비해, 지구온난화를 나쁘게 본다는 응답률은 이보다 13%P 높은 76%에 이르렀습니다.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 변화가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 묻는 설문에도 기후 변화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히스패닉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60% 가량이 지구 온난화가 개인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응답한 반면, 기후 변화 역시 그럴 것이라는 의견은 30%에 불과했습니다.
Source: Yale Project on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and George Mason University Center for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여러 실험군들 중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용어 선택에 가장 둔감한 반응을 보인 집단은 공화당 지지자들이었습니다. 용어 선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다른 집단과는 달리 이들 집단이 가장 둔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 변화라는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은 용어의 선택이 유권자들의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02년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로 활약한 프랑크 룬츠(Frank Luntz)는 선거 유세에서 지구 온난화란 말 대신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은 상황의 비극성, 재앙적 성격을 다소 감정적인 경로로 전달하여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반면, 기후 변화라는 용어는 좀더 통제 가능한 상황을 암시함으로써, 대중들이 상황에 덜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합니다.”
결국, 2002년 선거 당시,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 변화라는 쟁점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던 공화당이 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후 변화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죠.
여론 기관들은 이처럼 용어의 선택이 응답률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할 것’,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할 것’ 등 몇 가지 원칙들을 상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들 역시 개인의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어, 용어가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완벽하게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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