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문화

[책] 설득할 수 없는 이들(The Unpersuadables)

내가 지난 25년동안 만난 수많은 과학과 사회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 중, 데이비드 어빙(David Irving)만큼 이해하기 힘든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2차대전 역사를 다시 쓰고 싶어하는 그는 특히 홀로코스트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또는 홀로코스트가 있었다 하더라도 히틀러는 이를 몰랐거나, 또는 알았다 하더라도 이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나는 한 번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히틀러가 악명높은 반유대주의자였고 유대인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알고 있나요?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이스라엘은 세워질 수 없었을 거에요. 그런 면에서 히틀러는 유대인의 가장 훌륭한 친구라고 할 수 있지요.” 한 때 다른 역사가를 자신을 홀로코스트 부인주의자(denier)라 불렀다는 이유로 고소했던 그는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의 수는 차파퀴딕에서 에드워드 케네디의 자동차 뒷자리에서 죽은 여성의 수보다 적을 것이다” 그리고 어빙은 재판에서 졌습니다. 재판 중에 실수로 판사에게 “재판장님(Your Honor)”대신 “총통 각하(Mein Führer)”라고 부른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한번은 나와 악수한 후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세상 누구보다도 히틀러와 악수해본 사람들과 많이 악수했다오.”

윌 스토어(Will Storr)의 신작 “설득할 수 없는 이들(The Unpersuadables)”에는 어빙이 가진 괴상한 특징들이 다수 묘사되어 있습니다. 스토어는 그들의 진짜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대상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예를 들어, 스토어는 어빙이 진행하는 일주일간의 나치 관광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그 경험을 일인칭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마이다네크(Majdanek)의 가스실에서 직접 어빙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가스실은 모형입니다. 그 관들에서는 일산화탄소가 아닌 이산화탄소가 나왔습니다. 폴란드인들은 일을 이런식으로 하지요. 그리고 여기 문의 안쪽에는 손잡이가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사람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스토어는 이 책에서 그들의 모순을 드러낼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등장인물들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줍니다. 예를 들어, 그는 그 가스실의 문을 자세히 살펴본 후 “그 문의 바깥에는 두 개의 커다란 볼트가 있었고 여기에는 방을 밀폐시킬 수 있는 경첩이 달려있었음”을 발견합니다. 스토어는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그가 손잡이를 보았을 때 그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그 손잡이를 마음껏 이용했습니다. 그가 그 볼트들을 보았을 때 그에게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어빙은 거짓말장이일까요? 아니면 망상에 사로잡힌 걸까요? 또는 사악한 걸까요 아니면 단순한 실수일까요?” 스토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증거만을 찾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이라는 인지적 과정이 그 답일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치적 입장에 유리한 이야기들만을 자세히 기억하고 따집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만을 친구로 삼고 우리의 편견을 더 강화합니다. 그러나 비록 이런 인지 편향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더라도, 홀로코스트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이 편향이 나타날 때 그것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런 확증편향의 근원은 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스토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신성함(sacredness)을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신성하다고 믿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당신은 거기에 얼마나 많은 불합리한 것들이 있는지를 보게 될 겁니다.”

스토어는 가장 유명한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크리스토퍼 몽크톤(Christopher Monckton)을 다룬 부분에서 몽크톤은 대영제국의 몰락을 애통해하는 마음에 어떤 신성함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무한한 슬픔과 향수를 느낍니다.” 그는 명문 사립을 다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해로우(Harrow)에 있을 때, 우리는 이런 멋진 노래를 불렀죠. ‘해로우 학교에서 배운 우리는 세상을 다스린다네’”. 스토어는 몽크톤이 스스로를 이렇게 묘사한다고 말합니다. “브로더러의 존경받는 회사의 경영자, 예루살렘 세인트 존 기사단 장교, 몰타 기사단의 명예 기사, 전직 마가렛 대처 정책 조언자, 그리고 몰타의 귀부인 마리아나와 브렌클리의 몽크톤 자작 2세인 길버트 몽크톤 장군의 큰 아들.”

이런 그의 특성이 그가 부정하는 탄소 배출과 기후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2006년 알 고어를 괴롭혔던 그의 광고 켐페인을 기억해봅시다.) 그는 히틀러는 영국을 외부에서 파괴할 수 없었지만 노동당과 그들이 주장하는 복지국가는 영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라는 거짓 위기를 꾸며내 권력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구의 경제를 붕괴시키기 위해서지요. 나는 좌파 누군가, 그리고 한 KGB 요원으로 부터 에너지가 바로 서구의 급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노동계층과 환경운동이라는 이중공격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우리가 서구의 경제를 파괴하는 방법이라네’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미묘한 장점은 스토어가 바로 이 책의 대상이 된 이들을 스스로 자신의 꾀에 넘어가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스토어는 몽크톤이 1987년 “아메리칸 스펙테이터(American Spectator)”에서 AIDS가 퍼지는 것을 멈추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 것들을 상기시킵니다. “모든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질병을 옮길 수 있는 모든 이들을 격리시켜야 합니다… 모든 국경에서 엄격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관광객들은 국경에서 채혈검사를 해야 하며 그 결과가 음성이 나올때까지 이민국에 갇혀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좌파들을 전체주의자로 매도하며 그들이 “모든 사소한 것들에 제한을 가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나온 의견입니다.

스토어는 그 외에도 초능력을 연구하는 루퍼트 쉘드레이크(Rupert Sheldrake)와 외계인에게 피랍된 이들을 조사하는 하버드 출신의 존 맥(John Mack), 창조론자 존 맥케이(John Mackay), 사후세계를 주장하는 베레드 킬스타인(Vered Kilstein), 그외에 여러 자신만의 “위기, 투쟁, 해법” 을 주장하는 여러 기인들을 소개합니다. 스토어는 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전혀 다른 성격과 믿음의 바탕이 되는 특징을 찾아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영웅을 만드는 이”로 여기고 있었으며, 우리를 속이거나 파괴하는 “악마를 만드는 이”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즉 그들은 기존 세상과의 싸움을 땅따먹기와 같은 단순한 이권투쟁이 아니라 자신들의 고귀한 이상을 위한 성전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들의 이상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일 뿐입니다. (Skeptic)

원문 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 아직도 20°를 작도할 수 있다고 믿는 삼등분가(trisector)들도 "The unpersuadables"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엔 손색이 없죠ㅋㅋ 심지어 학부 현대대수학 교재들까지 몇 권씩이나 찾아가며 완첼(Wantzel)의 증명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분들... 이런 사람들을 보다 보면 제가 지금 공부하는 것이 진정 더 옳다고 말할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이 옵니다@@

Recent Posts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4 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1 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뉴페@스프] 스벅 주문법이 3천8백억 개? 창업자 호소까지 불러온 뜻밖의 악순환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