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Football은 우리가 아는 축구가 아닌 미식축구입니다. 우리가 아는 축구는 Soccer라고 불리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가, 세계에서 가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고 스포츠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 미국에서 언제까지 주변부에 머물 것인지는 오래된 논쟁 거리입니다. 결국은 시간문제일 뿐 미국에서도 축구가 주요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흔히 드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6~18세)이 즐겨하는 운동 종목에 있어서 축구가 이미 농구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에도 이미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보다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이 더 많았죠. 하지만 축구공을 차며 자라는 어린이들은 많아도 이들이 자라서 즐겨보는 스포츠로 제일 먼저 축구를 꼽는 경우는 여전히 굉장히 드뭅니다.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이 많아진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특히 프로 스포츠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에서 스포츠의 인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TV 시청률이 흔히 쓰이는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리그인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nglish Premier League, EPL)의 경기당 시청자 수는 올해 44만 명으로 지난해 22만 1천 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자국 축구리그인 메이저리그 축구(Major League Soccer, MLS)는 시간대가 야구나 미식축구 등 다른 인기 종목들과 겹쳐 빛을 보지 못했지만 미국 시각으로 주로 주말 오전에 열리는 바다 건너 영국 프로축구의 인기는 눈에 띄게 높아진 겁니다. 작년에는 케이블 채널인 Fox Soccer 채널이 중계권을 갖고 있었고, 올해는 공중파를 포함해 더 큰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NBC가 중계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성장세입니다.
여러 차례 부침 끝에 1994년 피파월드컵 개최와 함께 출범한 축구리그 MLS도 꾸준히 팬층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작전타임이나 휴식시간이 많지 않아 TV 광고를 넣기 어려운 스포츠는 인기를 끌기에 굉장히 불리하지만, 축구는 쿼터제 도입과 같은 광고주들을 위한 꼼수 없이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미국의 축구 인기에 분수령이 될 수 있는 2014 브라질월드컵이 열립니다. 20년 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축구 보기 좋은 시간대에 열리는 월드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스포츠든 미식축구, 야구, 농구 등 자기 나라가 세계 최고인 스포츠만 즐겨온 미국인들이기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근무시간을 쪼개가며 스포츠를 보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대를 쓰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미국인들에게 축구를 어필하기에 적합한 대회입니다. 월드컵 중계는 ESPN이 맡았습니다. ESPN은 64경기 전 경기 중계를 포함, 총 290시간을 편성했습니다. ESPN의 계열사이기도 한 ABC도 월드컵 중계 및 프로그램 준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ESPN의 시장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의 41%가 스스로를 축구팬이라고 규정합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 받은 미국축구는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만만히 볼 수 없는 강호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럼에도 ESPN과 ABC 방송사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는 미국 대표팀의 본선 성적입니다. 미국이 독일, 포르투갈, 가나와 함께 가장 치열한 죽음의 조에 편성됐기 때문이죠. ABC는 총 10 경기를 중계할 예정인데, 조별리그 경기 가운데 미국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습니다. 미국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한다면, 공중파만 보는 시청자들에게 월드컵은 완벽한 남의 잔치처럼 보일 수 있고, 이는 서서히 조성되고 있는 축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습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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