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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의 습격(Age Invaders)

지난 20세기 동안 지구촌의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인구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증가할 테지만 2배까지는 성장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향후 25년 내에 65세 이상의 장년층의 수가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세계인구의 약 13%, 11억 명)이란 점입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20세기 만큼은 아닐지라도 21세기 세계 경제 구도를 재편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크게 세 가지 이론을 제시합니다. 이 중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경제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근로 소득이 없어진 장년층이 그들의 축적된 재산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저축률은 급감하고 이율은 상승하며 자산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비해 두 번째 이론은 굉장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이 이론은 경제 구조는 인구 고령화 현상에 신속하게 반응할 것이며, 그로 인해 은퇴하는 나이(현재 약 65세)를 넘겨서도 일하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 이론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인구 고령화는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에 불과하죠. 마지막은 1938년 엘빈 한센(Alvin Hansen)이 주창한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고령화로 인해 점점 감소하는 노동 인구는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현재까지는 세 가지 이론 중 어느 이론의 예측이 가장 잘 들어맞을지 확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향후 몇년 간은 한센의 이론대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뛰어난 직무 능력과 풍부한 경험을 무기삼아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는 고령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들의 일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고령화의 습격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죠.

인구의 고령화는 퇴직 연령이 변화하지 않는한 노동 인구의 감소를 뜻합니다. 그리고 노동 인구의 감소는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한 성장률 후퇴로 이어지고 말죠. 일찍이 고령화 과정을 겪은 선진국들은 대부분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성장률이 후퇴하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한 연구는 고령화로 인해 일본은 0.6%, 독일은 0.5%, 미국은 0.7% 성장률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인구 고령화 현상과 함께 노동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노동인구 가운데 고령층의 비중이 2000년에는 13%를 차지했지만, 2014년 현재는 20%를 차지하고 있죠. 독일의 경우는 10년 전 노동인구의 ¼가량을 차지하던 고령층의 비중이 현재는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노동인구는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오히려 고령층의 비율이 홀로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관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함께 고령층의 비율이 더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요?

이처럼 얼핏 보기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정책의 변화에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재정 상황이 나빠진 각국 정부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금을 삭감하고 퇴직 연령을 높이는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고령층이 더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법적 토양이 마련될 수 있었죠. 두 번째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개인들의 재무 상황 역시 급격히 나빠졌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자산 가치의 폭락으로 노후 대책에 빨간불이 켜지자 많은 고령층들은 적은 퇴직금을 받고 은퇴하기보다는 직장에 더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선택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교육에 있습니다. 고학력을 지닌 고령층이 그렇지 않은 고령층에 비해 훨씬 오래도록 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시장에서의 가치가 하락하는 저학력 육체노동자들에게 퇴직연금은 훌륭한 은퇴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고연봉직에 종사하는 고학력 고령층에게는 퇴직 연금에 비해 훨씬 큰 보상이 주어지는 현재의 일에 계속 종사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것이죠.

고용주 입장에서도 능력 있는 고령층을 고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인지 능력은 24세를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험, 기술,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상대 우위에 있는 고학력 고령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아주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반대 급부의 정책이 없는 한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익이 서로 맞물려 가까운 미래에도 고령층의 습격은 지속될 확률이 높습니다. 높은 직무 능력과 교육 수준을 갖춘 고령층은 계속해서 고소득을 올리는 세상, 연령에 관계 없이 직무 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는 세상, 교육 수준이 낮고 능력 있는 고령층에 밀려 실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직무 능력을 배양할 기회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는 잿빛(grey)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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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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