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산업체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린 첸은 첫째 딸이 태어나자 자신과 아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떠올랐습니다. “중산층이 되기 위해 정말 고군분투했어요. 제 딸은 같은 고생을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호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지금 린 첸과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 중산층이 한둘이 아닙니다. 사상 가장 많은 수의 중산층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중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좋은 직업과 집을 포기하고 자산을 현금화해서 새로운 곳에서 기반을 닦으려 하고 있습니다. 낯선 언어를 써야 하는 곳에서 더 나은 직장을 찾을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 선진국에는 중국에 없는 사회 안전망과 맑은 공기, 안전한 음식이 있습니다. 가족을 옭아매는 ‘한자녀 정책’도 없습니다.
이들 이민자들은 중국의 전체 인구에 비하면 작은 숫자일지 모르지만, 이민을 받는 국가 입장에서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지난 10년간 1백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캐나다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현재는 매년 8만명 정도 떠나는데 1980년 대비 다섯 배 증가한 숫자입니다. 중국계 이민자가 너무 많아지자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인기 많은 국가에서는 심사 기준도 예전에 비해 까다로워졌습니다.
유럽 정부들은 현금으로 투자 이민을 하는 중국인들에게 비교적 열려 있습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는 해당 국가에 머문 적이 없어도 투자 조건만 갖추면 시민권을 딸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중국 백만 장자의 64% 이상이 중국 외 국가에 시민권을 갖고 있는데, 이민 갈 계획이 아니라도 중국 여권보다 편하게 여행하고 사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명품과 멋 부리는 걸 즐기는 26세의 클레어 가오는 밀라노에 20만 유로(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면서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유럽 시민권은 그녀가 좀더 편하게 여행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요. 부패한 관료들이 외국 시민권을 얻어 외국 은행 계정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일도 흔합니다. 자식들은 비싼 기숙학교나 옥스포드, 하버드 같은 곳으로 진학하지요. (보쉬라이의 아들 보과과도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번 이민 붐에서 주목할 만한 건 중국을 떠나는 이민자의 면면이 갑부들이나 린 첸과 같이 기술을 보유한 중산층이라는 겁니다. 패션잡지 편집자이던 매나 청 씨는 50만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으로 왔습니다. 아직까지는 중국에서 모은 자산을 정리한 돈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삶의 질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자나깨나 일만 했어요. 그건 진짜 삶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물론, 이민 후의 삶이 “지겹다” 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차소리와 공해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회색의 베이징을 떠나 초록과 아름다운 꽃이 있는 동화 속 나라로 가면 처음에는 천국 같을지 몰라도 곧 지루해진다는 것이죠. 기회가 많은 중국보다 돈을 벌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떠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당당합니다. “백만 장자가 되고 싶다면 중국에 머무르는 게 나을 겁니다. 하지만 원하는 게 정말 행복한 삶이라면, 이민을 가는 게 나아요.” (Economis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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