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UCLA 법학대학의 명예교수인 블라시(Gary Blasi) 교수가 가디언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경기 침체를 겪은 뒤 대부분의 나라, 지역 사회는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은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 융자를 받아 샀던 집의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거나 수요가 늘어나며 역설적으로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집을 잃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노숙자들이 잠을 청하는 곳은 조금씩 다릅니다. 노숙자 쉼터 같은 시설에 머무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건물 출입구, 골목길 인도 위, 공원, 다리나 고가도로 밑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는 집은 없지만 고물 자동차는 갖고 있는, 그래서 그나마 길바닥 대신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부유한 도시에 사는 노숙자들은 점점 본의 아니게 범법자 신세가 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팔루 알토(Palo Alto)나 로스앤젤레스의 부유한 베니스 구역 같은 곳의 지방 정부들이 발의한 “삶의 질(quality of life)” 법안이 길거리에서 자는 것 뿐 아니라, 차 안에서 자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법안이 발효된 건 아니지만, 법안에는 노숙자들이 옆 동네, 다른 지역으로 모두 가버렸으면 하는 지방 정부들의 바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팔루 알토의 노숙자 가운데 쉼터를 비롯한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은 92%이고, 로스앤젤레스의 경우도 지난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쉼터에 갈 수 없는 노숙자들이 67% 늘어났습니다. 이들 정부들이 공중 화장실이나 세면 시설을 증설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예산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공중 화장실이 늘어나면 노숙자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죠. 차에서 잠을 청하는 그나마 조건이 나은 노숙자들의 경우, 영업시간이 끝난 뒤엔 한가한 몰이나 상업 지역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잠을 청할 수 없습니다. 경찰이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여기에 무단 주차하는 차량에 높은 과태료를 부과하고 여러 차례 적발되면 차량을 압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리콘밸리나 로스앤젤레스의 부촌에 사는 부유한 진보 성향의 시민들의 위선을 꼬집고자 합니다. 특히 많은 민주당원들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죠. 민주당원의 90%가 (공화당원의 경우 45%)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지만, 이들이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을 보면 어떻게 할까요? 대부분 경찰에 전화해서 노숙자들을 쫓아달라고 할 겁니다.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늘어난 빈부 격차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 이웃의 아픔을 나누고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소 이기적인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Guardian)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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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단 마지막 문장에 '신세를 질' 대신 '신세가 될'이 더 맞는 말 같아요~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K님 날카로운 지적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고쳤습니다. 좀 더 매끄러워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뭐랄까 단순히 위선이라기 보다는 노숙자들이 일으키는 범죄, 특히 강력범죄로부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함도 있는지라.
노숙자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긴 하지만, 만화 송곳 같은데서도 나오듯이 그들이 마냥 선량하고 착할것이라고만 생각하는것도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죠. 오히려 미국 같은데선 크랙 같은거 빨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듯.
실리콘밸리의 부자 진보들은 공돌이답게 단순한 적선이라기 보다는 '효율성을 위한 복지' 를 원하는 건데, 그건 '우리가 세금 좀 더 내도 좋으니깐 노숙자들이 우리 집 근처에서 우리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고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복지 혜택을 제공해 달라' 라는 의미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