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금융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IMF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던 개발도상국의 정부 관계자들에게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라는 단어는 “대부분 재정 정책에 관한 것(It’s Mostly Fiscal)”이라는 말의 축약을 상징했었습니다. IMF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정부의 재정 지출을 삭감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 안정을 목표로 하는 IMF는 과거에는 정책의 성공을 매우 좁게 해석했습니다. 지속되는 경제 성장, 낮은 물가 상승률, 그리고 정부 재정 지출의 균형. IMF를 비판해 온 사람들이 지적하듯 소득의 분배와 같은 문제는 IMF의 정책에서 별로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IMF는 정책의 성공을 좀 더 넓은 의미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IMF와 세계 은행(World Bank)의 봄 정기 총회를 앞둔 시점인 지난주 저는 IMF의 총재 크리스틴 라가드(Christine Lagarde)를 인터뷰 했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IMF의 핵심 의제도 아닌 불평등에 대해서 왜 신경을 쓰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미안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IMF의 핵심 의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IMF의 목표는 금융 안정성입니다. 따라서 금융 불안이나 거시경제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그 어떤 요인도 IMF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IMF의 새로운 강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IMF는 시장 개방, 작은 정부, 그리고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고 불리는 원칙의 수호자로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IMF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새로운 합의가 생겨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즉, 경제 정책은 낮은 물가 상승률이나 양호한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에만 국한될 수 없으며 경제 성장의 결과물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도 건강한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라가드 총재는 IMF가 이전에는 소득 분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합니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IMF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긴축 재정 정책이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합니다. IMF 자체 연구에 따르면 IMF에서 차관을 받은 가난한 나라들에서 교육과 복지 지출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라가드 총리는 IMF가 소득 분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IMF가 소득 분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진보적인 케인즈 학파 경제학자들이 IMF의 정책 결정 과정을 장악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들은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면 세계 경제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 분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MF의 두 경제학자는 3년 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경제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분배된 산업 국가들에서 경제 성장이 활발히 진행되는 기간은 평균 24년인데 반해 소득 불평등이 훨씬 심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경제 성장의 지속 기간은 평균 14년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좀 더 균일한 소득 분배가 그 나라의 정치 제도의 질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습니다. 이들은 올해 초 발표한 다른 논문에서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평등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불평등을 어떤 식으로 완화하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 안전망이 정말 나쁜 결과들을 배제시켜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더 감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제는 더욱 더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부가 개인이 축적한 부를 그냥 가져가는 형식의 재분배가 된다면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열심히 일을 할 이유가 없겠지요.”
지나친 소득 불평등은 분노와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오고 투자를 저해합니다. 또 소득 불평등은 정치 양극화와 정쟁을 가져오고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의 회복할 수 없는 균열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위기를 타개하거나 경제 불균형을 조정하기 어렵게 됩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두 경제학자는 아랍의 봄이나 우크라이나의 시위 등 최근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정치적 소요를 분석하면서 이러한 정치적 사건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기회가 박탈된 중산층들이 주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IMF가 소득 불평등 완화를 새로운 의제로 상정하게 된 것은 앞으로 IMF에서 차관을 받을 국가들의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지출 삭감만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러한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지난해 IMF가 발표한 보고서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것이 불평등을 증가시켰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특정 계층을 겨냥한 정부지출과 누진세가 긴축 재정정책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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