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의 CEO로 취임한 브랜든 아이크가 11일 만에 동성결혼에 반대했던 이력이 문제가 되어 사임하면서 소수자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실리콘밸리에 유례없는 큰 균열이 났지요.
자바 스크립트의 창시자이자 모질라의 공동창업자인 브랜든 아이크는 CEO 취임 후, 2008년 동성결혼 금지법안(Proposition 8)을 옹호하는 단체에 1,000달러를 기부한 사실이 들어났습니다. 사임하라는 압박에 아이크는 모질라 내 성소수자들을 적극 포용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는 모질라의 미션에 걸맞게 행동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데이팅 사이트인 OK큐피드가 모질라의 상품인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차단했고, 트위터와 블로그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오피니언 리더 마이클 아링튼(테크크런치 창업자)와 마크 앤드래슨(벤쳐캐피탈리스트)은 이런 비난이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모질라의 진보주의에 반한다며 아이크를 변호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사건이 모질라에서 일어났다는 겁니다. 모질라는 웹이 전 세계 대중들이 공유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치관 아래 오픈소스를 배포해온 대표적인 비영리기관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징적인 기관이지요.
이 사건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먼저 CEO가 어디까지 기업을 대표하는가입니다. “CEO는 회사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아야하는 것이 아닌가요?” 모질라 같은 기관에서,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인물을 CEO로 고려했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 기관에서 CEO의 정치적 입장은 사임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다. 엄격한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알려진 패스트푸드 체인 Chick-fill-A(칙필에이)는 기업의 이름으로 동성결혼 금지단체에 후원을 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중단하였으나, CEO 개인의 사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국 기업의 역사에서 개인의 가치관은 사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오랜 전통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최근 들어 정치적인 목소리를 점점 더 내고 있습니다. 애플의 팀 쿡은 고용차별 금지법안 발의에 관여하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캇 맥닐리나 페이팔의 피터 티엘도 진보주의 관점을 목소리 높여 설파하는데, 다른 가치관에 1,000 달러를 후원한 아이크만 엄격히 차별하는 게 불공평해 보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엄격히 차단하는 게 맞다는 의견과 함께, 아이크가 사임한 과정이 “가장 보수적이고 시장 친화적이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가장 포용력이 없었어요.” “6년 전 모두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을 때 보여준 행동으로 시정하겠다는 몇 번의 선언에도 모두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건 진보주의자의 위선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Qz)”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행한 정치적 기부를 공적인 곳에서 문제삼기 시작하면 모두의 표현의 자유가 위협 당합니다.(The Atlantic)”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역자주: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소개하는 것이 뉴스페퍼민트의 원칙이나 이 글은 해당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뉴욕타임즈나 가디언 같은 매체들의 경우 같은 매체 내에서도 필진에 따라 다른 분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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