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직전 자신의 노벨상을 받으러 가는 길에 물리학자 힉스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1964년 그 논문(자신의 이름을 딴 그 입자를 처음으로 예측한)을 쓰고 있을 때, 아무도 나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았었지. 나랑 같이 일하자는 이도 전혀 없었다네.”
그러나 50년이 지난 오늘날, 2012년 LHC 에 의해 존재가 확인된 힉스 입자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당시의 힉스는 언젠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렇게 거대한 장치가 만들어지고, 또 전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과학자와 공학자 수천명이 자신들의 인생을 바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는 기초과학에의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성장과 번영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주장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월드 와이드 웹이 LHC 를 만든 바로 그 CERN(유럽 입자물리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지쳐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오늘날과 같이 실적에 의해서만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풍토에서 힉스같은 학자는 그의 연구를 위해 어떤 연구비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순수이론물리라는 유행과는 거리가 먼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고, 특히 홀로 무언가를 고민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형식적으로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해 직접적인 산업적 응용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힉스는 오늘날의 학계에 자리잡는 것 조차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연구자는 평생 노벨상 급의 연구를 담은 한 두 편의 논문을 남기지만, 오늘날의 “논문이 아니면 퇴출”의 분위기에서 그런 학자는 살아남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오늘날 영국의 모든 대학의 연구결과는 연구를 진작한다는 명분아래 숫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시간 낭비는 “연구에 세금이 지원되는 이유”를 제공한다는 의도로 매 5-6년 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나 역시 나의 동료들의 연구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실적인지를 평가해야 하는 수많은 학계의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사실 영국의 대부분의 연구자들 앞에서 “실적(impact)”이라는 단어를 언급해보면 그들이 어떤 좌절과 분노를 보이는지 알게 될 겁니다.
2015년 부터 영국은 과학과 공학분야 만이아닌 모든 분야의 연구비 지원에 이 평가를 적용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것이 세금을 사용하는데 따르는 책임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힉스의 연구가 증명되는 데 50년이 걸렸고, 아직 이 결과가 어떻게 응용될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이 새로운 시스템이 기초과학의 이론연구를 어렵게 만드리라는 것도 추측가능합니다.
다행히 유럽연합은 120조원 규모의 호라이즌 2020 이라는 연구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연구비의 다수는 기후변화, 에너지, 안전, 건강, 교통 등의 응용과학에 사용될 예정이지만 기초과학에도 충분한 금액을 사용하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가진 연구실적에 대한 집착, 곧 연구결과는 수치로 환산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연구결과에는 당장의 응용분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를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는 힉스가 받은 것과 같은 노벨상을 다시는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지켜온 홀데인 원칙(연구비에 관한 결정은 정치가가 아닌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이 기초과학을 선도하는 국가 중의 하나라는 인식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뒤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쫓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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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분야’ 지원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부의 쏠림(양극화)이 완화되어야 한다.
일에 찌든 대다수 국민들의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야,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될 것이다.
연구비 사용 내역도 투명한 감사가 필요하다.
시민, 특히 지식인(자연과학도 등)은 자기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 분야에만 매몰될 경우, 다른 이들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