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오는 4월 발표할 예정인 보고서 초안 내용을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이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IPCC는 세 번째로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선진국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중국을 비롯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개발도상국에서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부추기면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위탁한 셈이 됐다는 내용을 데이터와 함께 지적했습니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지난 20세기의 마지막 30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두 배나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이 공장을 가동할 때 떼는 석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들인데,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4기가톤 가운데 2기가톤 이상이 선진국들에 수출할 제품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가스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공산품 수출을 많지 하지 않는 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훨씬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고, 빈곤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공장들이 미국, 유럽의 공장들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개도국 내에서 늘어난 중산층들이 차를 갖게 되고 비행기로 여행을 더 많이 다니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면 여전히 중국, 인도는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보다 낮습니다. 온실가스 관련 논의가 있을 때마다 중국과 인도가 선진국들의 위선을 비난하며 차용하는 논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결국 다 당신들 선진국들이 소비할 물건이기도 한데다, (1인당 배출량을 따져보면) 절대적인 배출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선진국들이 모든 책임을 개발도상국에 전가하려 한다”는 거죠.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 쉽사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기후변화 자체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이미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는 0.8℃ 상승했고,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기후변화가 재앙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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