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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성시대: 즐거운 성전

예전에는 박물관이라 하면 먼지 앉은 유물이 쌓여있는 엄숙하고 퀴퀴한 공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 뿐 아니라 현대 미술, 예술, 과학과 역사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를테면 대영박물관은 어린이들이 박물관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프로그램, 일일 예술 학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박물관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20년 전 23,000개 존재하던 박물관이 55,000개가 되었습니다. 2012년 미국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8억 5천만 명으로 스포츠 리그와 놀이공원 방문자 수를 합친 것보다도 큽니다. 영국에서는 작년 성인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한 번은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이는 2004년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선진국이나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박물관 관람객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사람들은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어하고, 박물관은 고리타분한 전시장이 아니라 활기 넘치는 체험장으로 변모함으로써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개발도상국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습니다. 시의회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싶고, 도시 개발자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며, 언론은 대형 전시회를 취재하고 싶어 합니다. 부자들은 자선을 베풀며 뿌듯함을 느끼고 싶고, 젊은이들은 전자기기에 얽매인 삶에서 떠나 가끔씩 순수한 예술을 느끼고 싶죠. 국가 입장에서도 문화적으로 교양있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상징이 필요한데, 박물관 만한 도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카타르나 아부다비의 경우 박물관들을 건축해 유럽, 러시아, 동남아시아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합니다. 중국에서는 중산층 방문객 증가에 힘입어 작년 총 5억 명이 박물관을 찾았는데, 이는 지난 2009년 1억 명에서 크게 증가한 숫자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박물관은 조용히 작품만 전시하고 학구적인 관객이 관람하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1977년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다 지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건물에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열면서 현대의 박물관은 관객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펀딩 방식도 정부보조와 일반인의 입장료, 몇몇 부유한 개인의 기부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유럽의 박물관은 소장품을 해외 박물관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고, 대영박물관의 경우 아부다비의 새 박물관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Economist)

전세계 박물관 현황과 펀딩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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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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