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시간은 아주 중요한 변수입니다. 선거 후보자가 어떠한 공약과 정치 신념을 지녔는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토론의 결과를 추적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과학자들은 더 많은 자유 시간이 대중들에게 주어진다면, 정치와 정치인들의 삶 또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미국 정치학 연구(American Politics Research) 학술지에 실린 최근의 한 연구는 이러한 정치과학자들의 믿음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우회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패턴과 정치 참여와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한 연구에서 코네티컷 대학의 벤자민 뉴먼(Benjamin Newman)과 스토니 브룩 대학(Stony Brook University)의 조슈아 존슨(Joshua Johnson)은 개인의 통근시간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정도를 결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놀랍게도, 기존의 정치 과학자들과의 믿음과는 달리 자유 시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근로시간은 정치 참여와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뉴먼과 존슨은 590명의 근로 성인을 대상으로 통근 시간과 투표, 정치적 토론, 그리고 선거캠프에 대한 기여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더 오랜시간 통근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저조한 정치 참여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출퇴근길은 지옥과 같을 것입니다. 교통 체증으로 꼼짝달싹 하지도 못하는 차안에서 발을 동동 굴려야 했던 순간, 지하철 속에 콩나물 처럼 빽빽이 들어선 사람들과 원치않은 스킨쉽과 시선 교환을 하며 불편한 자세로 한숨만 내쉬어야 했던 시간은 누구나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뉴먼과 존슨은 이러한 출퇴근길의 부정적 경험이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우리의 심적인 여력을 고갈시킨다고 설명합니다. 한 시간동안 전철 속에서 정어리처럼 절어 집에 도착한 당신에게 정치와 같이 복잡한 내용을 들여다볼 심적인 여유가 더이상 존재할리 만무한 것이죠.
이어서 뉴먼과 존슨은 끔찍한 통근시간과 정치적 유리와의 상관관계는 저소득층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상위 소득층에 비하여 더 많은 거리 혹은 더 불편한 출퇴근 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타계층에 비해 정치에 참여할 만한 심적인 여유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the Atlantic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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