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중독(addiction)의 정의(definition)의 변화

10년전만 하더라도 약물중독과 도박중독이 유사한 증상이라는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학자들은 몇몇 경우에 도박이 약물과 같은 진짜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과거 정신의학계는 도박을 ‘쾌락 추구’로 설명되는 ‘중독 현상(addiction)’보다는, ‘불안감 해소’로 설명되는 ‘충동 현상(impulsive)’으로 간주했습니다. 80년대 개정되었던  “정신질환진단통계매뉴얼(DSM)”에서 미국 정신의학회(APA)는 도박(gambling)을 도벽(kleptomania), 방화벽(pyromania)과 같은, 다소 질병으로 부르기에는 애매한,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밝혀진 신경과학의 여러 결과들은 도박이 약물과 같은 중독을 일으킴을 보였고, 올해 5월 개정된 DSM-5 는 결국 도박을 중독의 하나로 인정했습니다.

신경과학은 중독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우리의 뇌에는 기억, 행동, 즐거움, 동기 등과 관련된 여러 보상회로들이 존재합니다. 이 보상회로들은 우리가 자신의 생존, 또는 번식에 이로운 행동을 했을 때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며, 우리가 그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게 합니다. 암페타민, 코카인과 같은 약물들은 이 도파민을 평소에 비해 10배 이상 많이 분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이 주기적으로 사용될 때 우리는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강렬한 도파민에 휩싸인 뇌는 점차 여기에 적응하게 되고 같은 약물에 대해 점점 더 적은 도파민을 분비하게 됩니다. 중독자는 같은 정도의 쾌락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약물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중독자는 수면장애와 경련 같은 금단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또 중독자는 스스로 충동을 다스리는 능력 역시 잃게 됩니다. 곧, 중독이 심해질수록 이를 끊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도박중독과 약물중독은 충동과 보상추구에 관련된 많은 유전적 지표들을 공유합니다. 약물중독자가 더 강한 약물을 찾는 것처럼, 도박중독자 역시 더 큰 도박을 추구합니다. 이들이 겪는 금단증상 역시 비슷합니다. 한 연구는 보상회로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약물중독과 도박중독에 더 쉽게 빠진다는 것을 보였고, 도박중독자와 약물중독자들에게서 위험을 감지하고 본능을 억제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매우 미약하다는 사실 역시 관찰되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에 대한 근거는 예상치 못한 집단에게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신경퇴행성 장애의 하나인 파킨슨 병은 근육의 경직과 떨림이라는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킨슨 병의 원인은 중뇌의 도파민 생성 회로가 죽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파킨슨 환자들 중 도박중독자들의 비율이 2% – 7%로 일반인들에 비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파킨슨 환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도파민 분비를 늘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도박이 중독이라는 또다른 근거도 존재합니다. 도박중독 치료에는 다른 충동장애를 치료하는 방법들보다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더 큰 효과를 나타냅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특정 항우울제들은 충동장애에 효과가 있지만, 이들은 도박중독에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약물중독에 효과가 있는 날트렉손과 같은 아편길항제(Opioid antagonist)는 도박중독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도박중독에 관한 연구는 과학자들이 중독을 새롭게 정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과거, 중독은 약물의존성으로 설명되었으나, 오늘날 중독은 심각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을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이전에는 중독에 걸리기 위해서는 뇌신경화학상태를 변화시키는 약물을 직접 주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뇌신경화학상태를 변화시키는 어떤 것이든 우리를 중독 상태에 걸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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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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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은 중독일까요. 중고등학생 때 낮에 미친듯이 게임하고, 밤에 게임한 걸 후회하며 내일부턴 게임하지 말아야지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다음날에 다시 미친듯이 게임했었죠. 정말 몇 년은 루프에 빠진듯 이런식으로 지냈었어요. 돌이켜생각하면 저에겐 게임은 확실히 중독물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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