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이 전격 취소되면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대신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에서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의회 연설을 한 것이 시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힘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 중심(pivot)” 정책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과연 미국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평행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시리아 정책의 180도 선회, 의료 개혁안으로 인한 정국 혼란 등을 지켜보면서 과연 미국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믿을만한 대상인지를 의심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이 역내 투자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경제적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도 이와 같은 시각을 부추깁니다.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국의 입지가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영토 확장 야심을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정책과 주일, 주한 미군, 태평양 사령부를 의미있는 보호 수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미국은 동맹들과의 관계를 과시하듯, 국방장관을 한국과 일본에 보냈죠. 하지만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하는 일본에서조차 중국과의 갈등 상황에 미국이 든든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가를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가 국방 예산을 올려잡은 것이 일부 그런 우려를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뎀시 국방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을 함께 했지만, 주류 언론조차 냉담한 자세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의 칼럼니스트 김영희는 “미국의 관심이 눈에 띄게 아시아, 한반도, 북한을 떠났”으며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망각”이라고 썼죠. 중국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제 1의 교역 파트너로 꼽지 않는 나라는 이제 필리핀 정도죠.
오바마 대통령이 스케줄 변동 없이 아시아를 방문했다면, APEC 정상회의는 참석국가들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설득하는 자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중국은 TPP에 초대받지 못했고, 이 구상 자체를 중국 견제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없는 발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대안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홍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RCEP는 TPP보다 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하는 구상으로 미국은 빠져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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