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빈곤계층을 격리시키려는 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꼼수

뉴욕시 맨하튼 어퍼웨스트사이드(the Upper West Side)에 위치하고 있는 강변에 33층 규모의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엑스텔 개발회사(Extell Development Company)에 의해 발표된 이 계획안은 총 274 공급 세대 중 포괄형 용도지역제(inclusionary zoning)를 통해 알맞은 가격의 주택(affordable housing)을 55세대나 포함하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간의 고급 아파트 개발에서는 건물의 브랜드 가치하락에 대한 우려로 알맞은 가격의 세대를 개발 계획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려해온 풍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핏보면, 엑스텔의 개발계획안은 용적률 보너스를 주는대신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세대를 공급하게 함으로써, 서로 다른 소득 계층간의 공간적 분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포괄형 용도지역제의 목적에 아주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렉(West Side Rag)을 통해 공개된 이 개발계획의 배치도는 우리에게 실망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우선, 저소득층을 위한 55세대는 고급 아파트 세대와는 달리 강변이 아닌 건물 후면을 향해 배치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55세대는 고급아파트 세대가 사용하는 문과는 별도로 마련된 측면의 문을 사용해야합니다. 고급 아파트 세대가 사용하는 타워와 같은 대지에만 있을 뿐이지 법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된 6층 건물에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세대가 몰려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들이 사실상 같은 건물안에서 둘로 나뉘어 구획되어 있는 것이죠.

엑스텔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런 계획안을 내놓았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러운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엑스텔이 포괄형 용도지역제를 이용하여 용적률 보너스를 받고 더 큰 개발 이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고급아파트 세대와 저소득층을 위한 세대를 개발 계획안에서 구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포괄형 용도지역제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을 뿐더러, 향후 저소득층을 위한 세대의 관리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the Atlantic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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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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