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플래닛이 NC2 미디어에 인수되고 1/3 의 임직원을 해고한다는 소식은 이제 여행서적의 시대가 끝났음을 암시합니다.
론리 플래닛은 1972년 호주에서 창립된 이래 여행객의 생생한 현지 삶 체험을 도와왔습니다. 여행이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당시 젊은 대학생 배낭여행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죠. 와하까(멕시코도시) 최고의 몰레부터 광저우의 괜찮은 딤섬집,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의 수도)의 인제라(팬케이크)까지 식도락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여행가들 모두가 론리플래닛에 열광했습니다. 오늘 오전 트위터에는 #lpmemories 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론리플래닛을 추억하는 트윗이 넘쳐났습니다. 저도 스무살 때 갔던 첫 외국여행이었던 태국부터 기대에 부풀어 샀으나 결국 가지 못한 터키까지, 열몇 권의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책장에 꽂힌 파란색 론리플래닛들은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거쳐간 일종의 통과의례입니다.
론리플래닛은 당장 상품구색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여행서적이 “우리가 이전에 사곤 했던” 상품이 된 건 분명합니다. BBC는 론리플래닛을 6,700만 파운드(1,150억 원)에 매각하며 8,000만 파운드(1,370억 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구글도 유명여행서적사 Frommer를 2010년 2,300만 달러에 인수하였으나 2012년 27% 떨어진 가격에 창업자에게 되팔았습니다. 이제 여행자들은 여행가이드북 대신 아이패드를 들고 가 웹사이트(Fodor’s 등등)를 보고 웹컨텐츠(Rick Steves 등)을 프린트해갑니다. 지도는 휴대폰으로 보지요.
인기 많던 브랜드가 망할 때 향수에 슬퍼하는 고객들이 브랜드를 되살려놓기도 하지만 그게 대세를 바꾸기는 쉽지않습니다. 폴라로이드 필름도 예술가들에 의해 다시 살아났고, 넷플릭스가 ‘못팔리는 패밀리’ 시리즈를 되살렸을 때도 주가가 6% 떨어지긴 했으나 에미상까지 받았습니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던 간식 트윙키도 화려하게 돌아왔지만, 돌아왔을 때의 흥분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는 힘들 겁니다. 대중의 취향과 습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합니다. 저도 트윙키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걸 사먹고 싶지는 않아요. 론리플래닛도 망했다는 소식에 모두 다시 응원하고 있으나, 결국엔 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Business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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