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경제

대출과 결혼하다

중국에서는 결혼을 할 때 남자가 집을 사야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념입니다. 최근 Horizon China조사에 따르면 중국 해안도시 젊은 여성의 75%가 남자가 집을 살 때의 능력을 보며, 집없이 하는 결혼은 설사 본인이 괜찮아도 친지 및 주위 친구들의 입방아에 오른다고 말합니다. 대학 때 사랑에 빠져 결혼한 베이징의 한 28살의 주부는 지금이라면 절대 집없는 남자랑 결혼하지 않았을거라 말합니다. “제가 스무살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죠.”

컬럼비아대의 샹진 웨이 등 경제학자들이 한 연구에서는 중국 도시의 집값이 ‘결혼시장’ 이 얼마나 치열한가에 달려있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실제로 첨부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여성대비 남성의 숫자가 많은 도시일 수록 주택가격이 높습니다. 남성들은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려면 더 좋은 집을 구매해야하고, 수요 때문에 주택 가격은 자꾸 오르는데 결국 경쟁에서 이긴 남성들만 진화론상 살아남는 거죠. 능력있는 남성이 가진 집은 공작새가 암컷을 유혹하는 화려한 깃털이나 다름 없습니다.

새집 마련시의 경제적 부담은 이처럼 대부분 신랑 쪽이 지나, 신부가 돕는 경우도 70%에 다다릅니다. 신부도 외동딸이고, 신부측 부모님이 도와줄만한 재정능력을 보유하고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재산 명의는 여전히 남자이름으로 한다는 겁니다. 37%의 여성만이 공동명의로 이름을 올리는데, 재산 명의가 남자의 자존심과 직결된다는 중국의 문화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이혼 소송시 분쟁이 많아집니다. 여성이 초기 지불 비용의 일부를 부담했더라도 얼마를 냈는지 적어놓지 않고, 집은 남편이 부담하나 생활비나 혼수는 아내가 부담하는 경우도 많아 경제적 기여도를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집의 소유권이 남성주도로 돌아가는 집안 문화의 상징처럼 느껴져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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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0명당 남성 인구 (x축) / 소득대비 주택 가격 (y축)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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