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정부 주도의 도시개발 계획에 반대하며 나무들을 지키고 앉아있던 평화적인 시위대가 경찰에 강경 진압 당하면서 일어난 이번 사태는 이른바 터키의 ‘나무혁명’이라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나무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고 혁명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쌓여가던 분노가 폭발한 것에 가깝습니다. ‘타이이프 이스티파(타이이프 총리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는 계층, 이념, 종교, 연령을 넘나드는 구성을 보입니다. 젊은이와 노인, 동성애자와 소수파 무슬림, 무정부주의자와 무신론자, 가정주부와 아르메니안계를 한데 뭉치게 하는 것은 바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의 독재적인 통치방식입니다. 세속주의자들은 엄격한 주류 제한 정책에, 리버럴들은 수많은 언론인들이 옥고를 치르고 있는 현실에, 환경론자들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잘려나가는 나무에 각각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 외교관은 이번 사태를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의 갈등이 아닌 권위주의 대 다원주의의 충돌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틀간 시위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TV 뉴스 프로그램들도 여론이 악화되자 탁심 광장의 상황을 생중계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친정부 성향의 신문들은 소수의 선동꾼들과 “외세” 를 탓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총리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현 정부는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고 오늘 당장 선거를 다시 치러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에르도안 총리 집권 기간 중 터키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고, 대부분의 터키인들은 이를 기준으로 표를 던지기 때문입니다. 자신감 과잉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닫아버린 에르도안 정권에 이번 사태는 각성의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정부는 시위 이틀째에 탁심 광장에서 경찰 병력을 철수시키고, 재개발 프로젝트는 그대로 진행하겠지만 쇼핑몰 대신 박물관을 들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시위는 터키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시민사회가 뿌리내렸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시위대는 폭력을 지양하고, 집회 후에는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며, 부상자들을 위한 핫라인을 개설했습니다. 세속주의자들도 군에 의존하던 행태에서 벗어났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연대의식과 자신감이 넘쳐납니다. 이런 분위기는 EU 가입을 위한 개혁으로 인해 고조된 것이기도 합니다. EU 가입을 적극 추진해오던 정의개발당과 에르도안 총리로서는 자신의 성과가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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