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제이씨페니(J.C.Penney)가 애플 출신의 CEO 론 존슨(Ron Johnson)을 해고했을 때 당신은 존슨이 트레이시 포브스(Tracie Fobes)와 같은 고객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포브스 씨는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식료품 가게에서 장을 보고 옷을 사기 전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쿠폰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1년 전에 제이씨페니는 특정 물품에 대해 가격을 낮추는 세일이나 쿠폰 제도를 없애고 전체 물품을 낮은 단일 가격(single pricing)에 판매하는 전략을 시행했습니다. 포브스 씨가 제이씨페니에서 더이상 쇼핑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포브스 씨는 쿠폰 사용 전략을 조언해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할인된 가격에 쿠폰까지 사용해서 아주 싼값에 물건을 사는 쏠쏠한 재미를 존슨이 도입한 단일 가격제가 빼앗아간 셈입니다. 최근 제이씨페니는 다시 쿠폰제도를 도입하고 특정 상품 세일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매출은 25%나 떨어졌습니다.
판매자들에게 단일 가격제는 경제적으로 수긍이 가는 전략입니다. 만약 상품의 가격을 세일폭에 따라 바꿔야 하면 많은 노동력이 듭니다. 또 단일 가격은 매출이나 이윤을 계산 하기도 훨씬 수월하며 따라서 예산 관리도 간편해집니다. 2012년 존슨이 이 전략을 도입했을 때 그는 백화점이 2011년 총 590 차례나 세일 행사를 열었고, 백화점에서 판매한 상품의 3/4이 원래 가격보다 50%나 싼 가격에 팔린 사실을 언급하며 단일 가격제도가 가지는 효율성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많은 세일이 있었지만 실제로 고객들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사는것도 아니었습니다. 백화점은 원래 가격을 높게 매긴 뒤 행사 기간 동안 가격을 낮췄습니다. 존슨은 이러한 일련의 절차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예 처음부터 일괄적으로 낮은 가격에 물건값을 매기는 전략을 실시했던 겁니다.
존슨의 패착은 소비자들이 세일이나 쿠폰을 통해서 ‘비싼 물건을 싸게 샀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을 몰랐던 점입니다. 소비자들은 물건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 정도의 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제이씨페니는 소비자들이 물건의 실제 가치에 대해 대체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가정했지만 그 가정이 틀렸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소비를 평가할 때 원래 물건값이 얼마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세일”이나 “특별세일(special)”과 같은 요란한 단어들은 소비자들에게 원래 물건이 이렇게 비싸다는 정보를 노출시킨 다음 만족감을 주기 위한 중요한 장치인 셈입니다.
일괄적으로 싼 가격에 물건을 파는 전략은 이윤폭 자체가 좁은 경우에 잘 먹힐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경우 세일이나 같은 물건의 가격변화가 거의 없는데 이는 코스트코의 이윤은 판매수익보다 연회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수익 구조를 가진 제이씨페니의 경우 쿠폰이나 세일 제도를 없애면서 고객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싼 가격”에 물건을 사고 있는지 알려줄 만한 아무런 기준도 제공해주지 못했습니다. 고객들과의 소통 실패가 백화점 매출 실패와 CEO해고로 이어진 겁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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