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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강을 끼고 있습니다. 서남아시아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도 그 중 하나죠. 강을 따라 쌓인 퇴적물이 농사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어내며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형성됐고, 이곳에서 고대 문명이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강물이 급격이 말라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수자원 연구(Water Resources Research)紙에 실렸습니다. NASA의 위성사진과 대기 중 수증기 분석을 통해 지하수의 양까지 측정해봤더니 터키 동부부터 이란 서부에 이르는 두 강의 유역에서 지난 2003년부터 2009년 사이에만 무려 144㎦의 담수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해 전체의 물이 증발해버린 것과 같은 양으로 이 지역은 인도 북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접경지대를 흐르는 유프라테스강의 유량은 가장 물이 많았을 때보다 30%나 줄었습니다.

이렇게 물이 빠른 시간 내에 급격히 줄어든 건 농부들이 너도나도 지하수를 끌어다 썼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2009년 이 지역에 가뭄이 오자 이라크 정부는 1천여 개의 우물을 새로 팠고, 가용 지하수의 80%를 농업용수로 써버렸습니다. 지하수층이 텅 비어버리자 지표면을 흐르던 강물이 더 빨리 땅 밑으로 스며들어버린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두 강의 물을 쓰고 있는 네 나라(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가 모두 대용량 댐을 비롯해 강의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을 갖춰놓고 있지만, 수자원 문제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협력을 해본 적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강물이 계속 줄어들면 수자원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셈이죠. 오래전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한 덕분에 농업에 필요한 관개기술은 물론 수리학이 발달했던 것처럼 이해관계 당사자인 네 나라가 수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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