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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북한의 미래, 그리고 중국의 선택

북한의 청년 독재자 김정은은 패셔너블한 부인을 공식 석상에 대동하는 등 아버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현대적인 지도자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모은 바 있지만, 최근 핵실험 임박의 기미가 포착되면서 피는 속일 수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는 지도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역과 장사를 생업으로 삼는 새로운 계급의 등장과 함께 자본주의가 싹트고 있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북한은 한때 한국과 체제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70년대부터는 크게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일인당 생산량은 남한의 17분의 1이고, 남북 20세 청년의 신장 차이는 6cm에 달합니다. 상인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한 것은 90년대 본격적인 기근이 시작된 이후였습니다. 이제 북한의 시장은 여성들이 텃밭에서 기른 야채를 내다 팔던 차원을 넘어 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천연 자원을 중국에 내다 팔고, 중국에서 소비재를 들여오는 식의 무역도 생겨났습니다. 북한 당국은 끊임없이 시장을 탄압해왔지만 그 노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북한에서는 뇌물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시장이 북한 경제에서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와 함께 오는 것은 바로 외부의 정보입니다. 국경 수비에게 뇌물을 주고 들여온 각종 정보로 북한 주민들은 바깥 세상의 풍요를 접하게 되었고, ‘노동자의 천국’이 거대한 거짓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중심부에서 공고한 권력층을 이루며 높은 충성심으로 김씨 일가를 보위해 온 개국 공신들도 돈을 가진 새로운 계층의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깥 세상에 대한 지식이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은 소련의 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변화도 같은 종류입니다. 물론 북한의 변화는 단기적으로 오히려 불안정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북한 난민이 국경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고 미군과 한국군이 접경 지대로 올라오는 것은 중국이 특히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현재 중국은 김정은 정권을 뒷받침하면서도 중국식 경제 개혁을 독려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곧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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