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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언론 통제, 찬반 시위대의 충돌로 수면 위에

중국에서 비교적 언론의 자유가 존중받는 지역으로 알려진 광저우에서 언론 검열을 둘러싸고 신문사와 공산당 지지자들이 각각 시위를 벌여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발단은 신문 ‘남방주말’의 편집자와 기자들이 당 선전부의 고위 간부가 신년 사설을 미리 검토하고 그 내용을 180도 바꾸었다며 반발하고 나선 일이었습니다. 이들은 경영진이 당 간부의 개입을 시인하고 이 사건을 정식으로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당 지지자들이 맞불 시위에 나섰습니다. “반역자 신문은 폐간하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오쩌둥의 사진을 내건 이들은 당에 의해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시위대가 충돌하는 가운데 경찰은 시위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은 채 거리를 두고 자리를 지켰으며, 수백 명의 구경꾼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일부 구경꾼들이 당 지지자들에게 50전 짜리 화폐를 던지기도 했는데, 중국에서 ’50전당’은 친(親) 공산당 글을 인터넷에 하나씩 올릴 때마다 50전씩 받는다는 의심을 사는 당 지지자들을 일컫는 경멸조의 별명입니다. 이번 사태는 언론 검열을 둘러싼 중국 내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데, 흥미로운 점은 양 측 모두 시진핑 총서기가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1일 취임한 시진핑 총서기가 빠르고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도 당의 역사와 마오쩌둥의 위상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이들의 기대도 무리는 아닙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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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싱가폴 중국어 신문에서 읽은 내용을 보태어 전합니다.
    '50전'은 중국돈 5角 또는 5毛로서 액면가는 중국돈 1元(2013년 1월 9일 현재 한국돈 170원과 비슷함)의 절반입니다. 동전도 있고 지폐도 있는데 시위대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지폐로서 작은 지폐를 피켓처럼 들어 보입니다. 던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구요.^^
    서방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공산당을 '5센트당'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중국에서는 이렇게 중국공산당을 조롱하는 반정부 측을 '우파'라고 하고, 친 공산당 측은 '좌파'라고 합니다.
    '우파' 측의 주된 구호는 "중국은 언론 자유와 헌정이라는 dream을 달성해야 한다"'이구요,
    '좌파' 측의 주된 구호는 "중국이 달성해야 할 dream은 부흥이다." "서방 개념인 소위 '자유'나 '민주'라는 말에 혹하지 말라"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시진핑에게 기대는 '우파'는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 피드백 감사합니다! 중국어 신문도 보시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분께서 이렇게 친히...

    제가 중국 현지 사정은 물론이고 화폐 단위에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번역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50전당'은 뉴욕타임즈의 'Fifty Cent Party'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고 이번 사안에서 양 측이 시진핑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도 원문 필자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중국의 '좌파', '우파' 개념 또한 말씀하신대로 우리 사회의 용법과 달라 짧은 글 속에서 혼란스러울까봐 용어를 피해갔는데, 오히려 읽기의 즐거움을 반감시킨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앞으로도 뉴스페퍼민트 자주 찾아주시고, 좋은 피드백 많이 부탁드립니다!

    • 중국은 인터텟 통제가 심해서 트윗, 페이스북, 유튜브와 함께 여러 외국 언론 사이트 접근이 안 됩니다. 그래서 NYT 원문은 못 보았구요, 남방주말 관련 중국 기사가 거의 뜨지 않기 때문에 싱가폴 뉴스를 캡처해 준 중국 블로그를 볼 수밖에 없답니다. 외국에 있으면서 NYT 원문을 캡처해주는 중국 사람들이 있긴 한데 이번 기사는 아직 안 올라왔더라구요.(제가 싱가폴 기사를 읽은 이유입니다.)^^ 저도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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