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중국, “돈만 있으면 어디든 입학할 수 있어요”

중국에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성공하는 지름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돈으로 좋은 학교 입학을 사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부터 칠판과 가까운 앞자리에 배정을 받는 것, 학생위원을 하는 것과 공산당 청년당원이 되는 것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중국의 새 지도자인 시진핑은 주석에 오른 뒤 첫 번째 연설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에서 부패는 심각한 문제인데, 교육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 유치원인 ‘Clean China Kindergarten’은 명문대학인 칭화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칭화대 교직원 자녀들만 입학할 수 있지만, 2만 4천 달러(2천 6백만 원)를 지불하면 칭와대 직원이 스폰서를 해줘서 자녀를 이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인민대학과 관련이 있는 명문 고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 8~13만 달러의 뇌물을 주고 받는 일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중국 뉴스에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가 무상이자 의무교육으로 실시되는 중국이지만, 지정된 학교가 아닌 소위 명문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돈 있는 부모들과 부패한 교육 관료들 사이의 뇌물 수수는 흔한 일입니다. 심지어 몇몇 명문 고등학교의 경우는 입학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돈을 내고 점수를 살 수도 있습니다. 베이징의 한 고등학교는 4천 8백 달러당 시험 점수를 1점씩 올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적은 월급 탓에 뇌물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과제를 아예 채점하지 않거나 체벌을 일삼는 등 눈에 띄는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NYT)

원문보기

arendt

View Comments

  • 잘 읽었습니다. 원문도 봤구요. 기자가 '대학 부속학교'를 'a high school linked to University'라고 표현했군요. 인민대학교에는 부속학교로 '초-중-고'가 있습니다. 기자가 말한 'bribery'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갈 때 필요한 'school selection fee'로 여기서 '뇌물'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직 주소지를 함부로 옮길 수 없습니다.(변하는 중입니다만) 주소지 관할 학교가 아닌 학교에 진학해도 학비를 면제해주면 엄청난 인구 이동이 이루질 수 있으므로 '학교선택비'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몇몇 명문 학교가 돈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돈 100만원 이하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말 잘하면 안 받는 데도 많구요. 급하게 거주지를 옮겼으나 돈이 한 푼도 없으면 지역마다 돈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인민대학교부속중고등학교 교장은 몇 만 달러를 ‘학교선택비’로 받은 적이 없다면서 해당 매체를 고발했습니다. 사실 입학 시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선택비’를 내고 들어가기도 힘이 듭니다. 그래서 커트라인에서 1점이나 2점 모자란 학생에게 원하는 경우 후원금을 받고 입학시켜 주기도 합니다. 중고등학교도 복수 지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미등록자 숫자를 이렇게 채웁니다. 인민대학교부속중학교의 경우 미등록자가 발생할 일이 거의 없구요, 기사에서 언급한 이름이 나오지 않은 학교도 그만큼 돈을 받았다면 명문학교에 극소수의 미등록자가 발생한 경우였을 겁니다. 비명문학교에서는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커트라인에 조금 모자라도 받아줍니다. 그래서 돈을 주고 들어가는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도 성적이 나쁘면 명함도 못 내밉니다. 인민대학교부속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하기 때문에 함부로 일을 꾸미지도 못하구요.
    주소지 관리 제도부터 바뀌어야 ‘학교선택비’가 없어질 수 있을 텐데 주소지 관리 제도를 느슨하게 풀면 농촌 인구가 도시로 몰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줄기 전에는 무조건 풀 수도 없을 겁니다. 학교에서는 이 돈을 받아 교육청에 보고하고 필요할 경비에 충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장부 정리가 잘 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겠구요.
    청화대학교부속유치원인 潔華유치원을 포함한 중국 유치원에서 ‘후견인’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주소지 관리제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이사를 했는데 호구가 분리되어 있을 경우 친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 삼촌, 고모, 이모, 외삼촌을 ‘후견인’으로 하여 주소지와 가까운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루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 청화대학교의 규모가 너무 커서 그 내부 인원을 수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 깊이있는 의견 감사합니다. ^^
      가끔씩 언론에서 보여주는, 상식과 어긋나는 중국의 모습들은 너무 서구의 시선으로만 바라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군요.

      • 물론 극소수가 돈을 들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베이징의 경우 에지그룹에 속하는 명문학교들(북경대와 청화대에 많이 입학시키는)은 돈을 싸들고 가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성적도 우수하고 집안도 괜찮은 학생들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는 난징(남경)은 더 그렇습니다. 명문학교에 가난한 집 아이가 들어가는 일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중국의 초-중-고는 99%가 공립입니다. 학교마다 관리되는 등급이 있어서 그 등급에 따라 지원금 규모가 달라집니다. 남경의 명문 고등학교 네 군데는 어지간한 대학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선택비로부터 좀더 자유로운 거 같습니다.

  • 주소지가 속한 구청 관할 학교가 아닌 학교에 응시하고 합격했을 때 학교선택비를 내게 됩니다. 초등학교는 입학시험이 없습니다. 중학교는 학교별로 입학 시험을 보구요, 고등학교 입학시험은 시 단위로 통합시험을 보는데 구청 관할 학교가 아닌 곳을 지원하려면 아주 많은 점수를 깎여야 합니다.

Recent Posts

미국 대학 캠퍼스 시위를 외면할 수 없는 ‘바이든의 딜레마’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가 2주를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 측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2 시간 ago

중국과 미국이 기술 협력한다? 이게 쉽지 않은 이유

중국은 최근 환경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진전을 이루며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의…

1 일 ago

[뉴페@스프] 곧 닥칠 ‘고령 사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4 일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7 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