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에 대해 얼핏 무리해 보이는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IT 기업이지만 엄연히 사기업인 바이트댄스에 틱톡의 지분을 미국 회사에 매각하라고 명령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트럼프가 대선 승리를 위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고, 법원 역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폐기했습니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복스(Vox)의 창업자인 에즈라 클라인은 틱톡이 가진 위험성을 다시 경고하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클라인은 먼저 SNS가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SNS는 오늘날 과거 사람들이 모여 떠들던 마을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는 이런 SNS를 기업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한 일이지만 정부에 맡기기에도 너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틱톡은 SNS 중에도 매우 특별합니다. 틱톡은 트위터보다 일일 사용자가 더 많습니다. 미국인들은 유튜브보다도 틱톡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페이스북 앱보다도 더 많이 다운로드됐으며, 사람들은 구글보다 틱톡을 더 많이 방문합니다.
문제는 이 틱톡이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의 소유라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에 관한 여러 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국 기업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의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실제로 틱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영상에서도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영상을 많이 보여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클라인은 틱톡의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첫 번째 문제는 틱톡이 미국인들의 수많은 다양한 정보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데이터 스파이 문제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육군과 해군에 소속된 이들에게 스마트폰에서 틱톡을 금지했으며, 현재 미국 정부에 속한 모든 기기에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틱톡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텍사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곧, 모든 미국인의 정보는 미국 내에 보관하며, 중국 본사는 여기에 접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클라인은 두 번째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틱톡이 사용자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를 미지의 알고리듬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심리조작 문제(manipulation problem)라 부릅니다.
앞서 이야기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다음 미국 대선에서 중국에게 더 우호적인 후보에게 유리한 영상을 틱톡이 더 많이 보여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우려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문제가 된 페이스북 가짜뉴스 논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틱톡은 페이스북과 다르며, 어떤 면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적어도 페이스북은 친구들이 올린 글과 영상을 사용자에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틱톡은 그렇지 않습니다. 즉, 틱톡은 사용자에게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해 훨씬 더 큰 자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영향을 받는 문제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선택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은 양쪽 진영 모두에 있습니다. 그러나 틱톡의 문제는 이런 포털의 뉴스 사이트와도 다릅니다. 적어도 한 포털 사이트가 어떤 뉴스를 가장 위에 올리면 이는 그 포털에 접속하는 모든 이용자에게 똑같이 보입니다. 이는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파악하고 검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틱톡과 같이 개인화된 피드가 올라올 경우 이를 파악하기란 훨씬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가장 완벽한 범죄는 그런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조차 들키지 않는 범죄인 것이지요.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계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역시 틱톡, 인스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그들이 만든 알고리듬에 의해 노출되는 콘텐츠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대책은 기업에 알고리듬을 공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업의 영업 비밀이 침해될 수 있으며,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의 서비스들이 사용하는 개인화에는 너무나 많은 종류의 데이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실제로 공개된 알고리듬으로 해당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알고리듬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물론 적잖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만큼은 알고리듬의 영향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정보의 옥석을 가리고 진실을 판단하는 혜안을 지녔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다른 이들 뿐 아니라 저 역시 알고리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지금 나의 생각이 알고리듬의 영향인지를 의심함으로써 정보의 옥석을 가리고 진실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