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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하급수적인 기술 발전과 급변하는 세상을 다루는 두 권의 책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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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책은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기하급수 성장 시대(The Exponential Age), 아짐 아자르(Azeem Azhar), 352쪽

인류의 벽(Human Frontier),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 432쪽

확장의 대가들(Masters of Scale),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304쪽

과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전기처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의 발명은 치실과 같은 유용한 품목을 발명하는 것과 확연히 구분됩니다. 전기는 공장부터 신호등, 텔레비전까지 우리 일상과 경제 곳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혁신적인 발명과 신제품이 19세기와 20세기의 빠른 산업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지금 다시 새로운 성장의 세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성장 속도는 산업혁명 시기와 차원이 다릅니다. 최근의 혁신 기술들은 배수의 법칙을 따르는 선형 성장이 아니라, 거듭제곱의 법칙을 따르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속도의 기술 발전은 혁신이 빨라진다는 단순한 결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뒤흔들고 있으며, 산업사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기업, 정부, 사회에 거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 권의 책 모두 서구 사회의 조직 시스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합니다. 많은 조직이 산업화 시대의 고정된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에 급속한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부족합니다. 물론, 이들의 굼뜬 대응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선형 속도의 성장에 익숙합니다. 선형 성장의 시대에는 변화가 하나씩 일어납니다. 반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성장하는 시대에는 변화의 단위가 제곱이나 세제곱의 속도로 일어나죠. 예를 들어 1m씩 25번 걷는다면 이동한 전체 거리는 25m입니다. 이것이 선형 성장의 변화 속도입니다. 그러나 만약 기하급수 속도로 늘어나 각 단계가 이전 단계의 두 배가 된다면, 1m, 2m, 4m로 증가하게 되고 7번째 단계는 축구장만큼 커집니다. 25번째 단계는 3,300만 미터로 거의 지구의 둘레가 될 것입니다.

기하급수적 변화는 처음에는 느리고 단조롭게 보일지 모르지만, 일정 수준을 지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스스로가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가인 아짐 아자르는 오늘날 세계가 기하급수적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컴퓨터 분야에서 2년마다 반도체 칩의 성능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예측입니다. 아자르는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의 발전에 힘입어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 분야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태양광, 배터리, 유전자 편집, 증강현실, 3D 프린팅, 온라인 비즈니스, 전기차, 도시 농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가짜뉴스, 사이버 범죄, 전쟁 분야에서도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기술 발전의 결과 수많은 슈퍼스타 기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슈퍼스타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빠르게 확장하기만 하면 섹터 전체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사용자 숫자가 늘어날수록 개별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는 2004년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9년 뒤 이 시스템이 세계 최대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로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로 서비스를 개선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수집하는 데이터가 더 늘어났습니다.  경영관리의 대가 짐 콜린스(Jim Collins)가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라고 이름 붙인 선순환 구조입니다.

앤트 파이낸셜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스키니진을 구입한 여성이 휴대폰 수리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휴대폰이 스키니진 주머니에서 자주 빠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앤트 파이낸셜은 스키니진을 입는 여성들에게 스마트폰 화면 보험을 제안하도록 바꿨습니다. 이런 분석력과 타겟 마케팅 덕분에 앤트 파이낸셜 고객의 80%는 앤트 파이낸셜에 제공하는 5개 금융상품 중 최소 3개 이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한 전통적인 은행은 이런 경쟁에서 훨씬 불리합니다. 아자르는 이런 차이를 “지수적 격차(the exponential gap)”이라 부릅니다.

아자르는 스타트업 기업가, 기술 부문 투자자, 대기업의 혁신 담당 임원, 언론인 등을 거치며 디지털 트렌드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다채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는 대중의 인식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상황을 뒤집어 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Amazon)과 영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오카도(Ocado)의 사례를 들며 기하급수적 기술이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린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는 실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 때문이지, 성공적으로 변화에 적응한 기업 탓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기하급수적 성장, 아니면 거품 붕괴

리드 호프먼과 두 명의 공저자가 쓴 “확장의 대가들”의 주제는 간단합니다.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죠. 비록 “달을 향해 쏴라(Shoot for the Moon).”, “참호에 들어가라 (Get in the tranches)”는 진부한 수사들이 종종 등장하지만, 이런 상투적인 문장들은 가볍게 읽고 넘기면 됩니다. 그러나 호프먼이 사업가로서 인터뷰이인 다른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 때, 그는 사업 전략의 정수를 훌륭하게 길어냅니다.

일례로,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사진 공유 앱을 출시했는데, 대중의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나가면서 성공했습니다. 기능을 확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단순하게 축소한 것이죠. 이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2달 반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이 회사가 페이스북에 10억 달러(1조 2,000억 원)가 넘는 금액으로 매각됐을 때 직원은 단 13명이었습니다. 바로 인스타그램의 이야기입니다. (호프먼은 블리츠스케일링으로 불리는 초스피드 성장 전략, 다시 말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종종 책에 등장하는 창업자에 관한 신화와 교훈이 지나칠 때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대게 회사의 운명을 건 대담한 결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책은 순간이동 수준의 고속 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때로는 기이해 보이기까지 하는 통찰력을 그려 냅니다.

이런 기술과 산업 트렌드는 경제성장과 인류가 보유한 지식의 진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마이클 바스카의 책 “인류의 벽”은 이 점에 집중합니다. 그는 현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진보는 이미 거의 이뤘기 때문에 혁신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설명합니다. 아자르의 시각보다 훨씬 비관적입니다. 이 도발적인 책은 기술 개발과 연구에 드는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반면, 연구의 성과는 더 줄었다고 분석합니다. 오늘날 혁신의 대부분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지 못하고, 기존 과학의 틀 안에서 이해 수준을 높이는 수준에 그친다고 평가합니다.

바스카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딥마인드(DeepMind)의 컨설턴트를 거쳤습니다. 그는 미래에 인류 지식의 한계가 과학 혁명에서 마무리된다는 주장과 AI의 격변기까지 훨씬 넓어진다는 반론을 모두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그러나 바스카는 그가 제기한 질문에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인류의 생각은 지식의 한계에 부딪혀 빠르게 침잠하거나, 한계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힐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붕괴로 귀결되거나 기하급수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냉소적인 사람들은 변화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테크 분야에 쏠린 지나친 기대가 섞인 과대 포장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전장에서 승리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쉽게 넘길 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마존(Amazon)과 시어스(Sears, 20세기 미국 최대의 리테일 업체였으나 최근 파산), 넷플릭스(Netflix)와 블록버스터 영화, 애플(Apple)과 타워 레코드(Tower Recodrs),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코닥(Kodak) 등 사례를 보더라도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대에서 승패는 기업의 존망을 결정합니다. 승리한 혁신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 권의 책은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가 현기증 나는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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