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뇌가 가진 하나의 규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슈노버의 말입니다.
“이제 이런 표류가 일어나지 않는 뇌의 영역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표류 현상에 관해서는 세 가지 F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핑크는 말합니다. “얼마나 빠르게(Fast) 변하는지, 얼마나 멀리(Far) 이동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bad) 입니다.”
냄새와 시각 정보에 대한 신경 세포의 반응이 계속 변한다면, 뇌는 도대체 어떻게 그 정보가 같은 대상을 보거나 냄새 맡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요? 한 가지 가능성은 뇌가 그 정보를 계속 수정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롱박 피질에 연결된 뇌의 한 부위가 조롱박 피질의 뉴런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정하면서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 경우 뇌는 계속 변해도 일관성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발화하는 뉴런 자체는 바뀌더라도 뉴런이 발화하는 어떤 상위 수준의 패턴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바꿀지 몰라도 집단 전체의 의견은 바뀌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뇌과학자 티모시 오리어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가 많을 때는 같은 신호를 표현하는 방법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즉, 뉴런들이 바뀌어도 신호 자체는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뇌의 다른 영역에서는 표상 표류가 일어날 때 상위 수준의 패턴이 바뀌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롱박 피질의 경우 슈노버와 핑크는 바뀌지 않는 패턴을 찾지 못했습니다. 곧, 아직은 누구도 뇌가 이러한 표상 표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셈입니다. 물론, 이들은 왜 이런 표상 표류가 일어나는지조차 아직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런 표류는 단순한 신경 시스템의 버그이며, 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뇌의 여러 부분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다시 끊어지며, 각각의 뉴런은 세포 물질을 재사용합니다.” 오리어리의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 시스템 – ‘테세우스의 배’의 회색 젤리 버전 – 은 본질적으로 시간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가정에는 약점이 있다고 오리어리는 말합니다. 곧, 신경계는 근육과 이를 제어하는 신경 사이에 매우 확실한 연결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경계의 변화가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뉴런의 변화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정보가 저장되는 방식을 계속 바꿈으로써 신경계가 새로운 재료를 더 잘 활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용하지 않은 정보는 잊히는 반면, 유용한 정보는 다른 뉴런으로 옮겨 가는 식입니다.” 인공 신경망을 통해 이 아이디어를 실험중인 드리스콜의 말입니다. “표류 개념을 생각할수록, 뇌에서 표류가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슈노버도 드리스콜의 생각이 일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표류가 학습의 한 결과라는 생각을 지지합니다. 이는 표류가 학습 그 자체라기보다는 학습이 일어난 결과에 따라오는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슈노버와 핑크는 표상 표류의 발견을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발견에 비유합니다. 1970년대, 루빈과 그녀의 동료 켄트 포드는 몇몇 은하들이 마치 뉴턴의 운동 법칙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루빈의 분석 결과는, 오늘날 우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는 암흑 물질에 대한 최초의 직접적 증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곧, 슈노버와 핑크가 발견한 표상 표류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는” 그런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루빈의 회전하는 은하와 표상 표류애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루빈은 자신의 데이터를 물리학에서 확고한 진리로 굳어진 뉴턴 역학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면, 뇌과학에는 그런 지위에 오른 이론이 없습니다. 우리는 뉴런 하나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신경망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잘 알지 못하며, 전체 뇌의 동작과 동물의 행동 수준까지 올라가면 그 기제를 거의 알지 못합니다.
특정한 뉴런의 발화 패턴이 서로 다른 냄새나 시각 정보, 소리를 나타낼 것이라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동물에게 어떤 자극을 주고 그 동물의 뇌 신경 중 어떤 신경이 발화하는지를 관찰하는 과학자가 가질 수 있는 매우 단순한 관점입니다. 실제로 뇌 자체의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그 정보를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해서 뇌가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뇌과학자 존 크라카우어의 말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크라카우어는 슈노버와 핑크의 연구가 “기술적 역작(tour de force)”이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은 엉뚱하다”고 말합니다. 크라카우어가 보기에 표상이 뉴런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정립된 것도 아니며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그런 순진한 교과서적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것이 뇌과학 분야가 가진 커다란 문제라고 말합니다. “주류 뇌과학은 매우 정교한 실험 방법과 결과가 있음에도, 이를 해석하기 위한 이론은 아직 이 분야 전체에서 합의되지 않은 모호한 개념들이 많습니다. 많은 뇌과학 논문들이 불확실한 사실에 근거한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논문의 다른 모든 부분은 흠잡을 데 없는데도 말이지요.”
핑크는 표상이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어떤 합의된 이론은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그보다는 “암묵적인 가정”에 가깝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리고 단순하기도 하죠.” 그렇지 않다면 뇌가 어떻게 현실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뇌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뇌과학 분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핑크는 기존의 정설에 반하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과학자들이 흔히 직면하게 되는 강한 반발을 그들이 전혀 받지 않는 이유로 바로 이 점을 꼽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론을 정말로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아직 너무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저 실험적 사실만을 모을 뿐입니다. 어떤 가설도 배제할 처지가 아닙니다.”
뇌신경과학 분야에는 아직도 많은 표류가 필요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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