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Yong, Atlantic)
칼 슈노버와 앤드류 핑크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뇌과학자들은 뇌가 충분히 유연해야 하지만 너무 유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경험을 맞닥뜨렸을 때 그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외부 세계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뇌과학 교과서에는 이를 이렇게 간단히 설명합니다. 곧, 어떤 이가 장미의 향을 맡거나, 노을을 보거나, 아니면 종소리를 들을 때 특정 뉴런의 집단이 발화하며, 그 집단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슈노버와 핑크,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이러한 일관성이 때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곧, 특정한 경험에 대해 발화하는 뉴런의 집단이 계속 바뀌더라는 것입니다.
컬럼비아 대학의 슈노버와 핑크,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몇 주 동안 쥐에게 같은 향을 맡게 했고, 냄새를 관장하는 조롱박 피질(piriform cortex) 내 뉴런들의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냄새를 맡게 할 때마다 각각의 다른 향에 대해 서로 다른 뉴런들이 발화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각 향에 대해 반응하는 뉴런들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어떤 뉴런은 냄새에 더는 반응하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뉴런이 같은 냄새에 대해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에는 각 향에 대해 완전히 다른 뉴런들이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5월에 사과 향에 대해 반응하던 뉴런들과 6월에 사과 향에 대해 반응하는 뉴런들은 5월에 사과 향에 대해 반응하는 뉴런과 잔디 냄새에 반응하는 뉴런만큼 달랐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는 쥐의 뇌 중 한 영역에 대한 연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표상 표류(representational drift) 현상은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과학자에 의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 모든 것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슈노버와 핑크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며, 이 현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리고 뇌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며 뇌의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아직 모른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대한 뇌의 반응이 이렇게 끊임없이 변한다면, 동물은 어떻게 세상을 일관성 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변화가 흔한 것이라면 “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어떤 기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슈노버는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어떤 현상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적어도 이 현상에 대해 우리는 그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를 이해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슈노버와 핑크가 조롱박 피질에 표상 표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도 몇 년이 걸렸습니다. 이들은 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그 전극이 실험하는 몇 주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이 표상의 표류가 전극 자체의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 발화하는 뉴런이 변했기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2014년 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야 이들은 충분히 확실한 신호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뇌에 전극을 단 쥐들이 주기적으로 서로 다른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이들은 특정한 냄새에 반응하는 조롱박 피질의 한 뉴런이 한 달 뒤에도 그 냄새에 반응할 확률은 1/15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매번 각각의 냄새에 반응하는 뉴런의 수는 동일했지만, 어떤 뉴런이 반응하는지는 달라졌습니다. 매일 냄새를 맡게 하면, 표류의 정도는 작아졌지만 그렇다고 표류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냄새와 다른 자극을 같이 학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쥐에게 특정한 냄새와 약한 전기자극을 함께 주었을 때 쥐는 이후 그 냄새를 피했지만, 그때도 그 냄새에 반응하는 뉴런은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감각 영역의 뉴런 반응은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 야니프 지브의 말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15년 전부터 이런 현상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슈노버는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됐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해마(hippocampus)는 동물이 공간을 인식하고 주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영역입니다. 해마에는 특정한 장소에 들어설 때 발화하는 뉴런이 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갈 때 해마의 서로 다른 뉴런이 발화합니다. 하지만 이 뉴런들 또한 고정돼있지 않습니다. 지브와 다른 이들은 각 장소에 해당하는 뉴런 또한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같은 현상을 발견한 실험이 또 있습니다. 스탠포드의 신경과학자인 로라 드리스콜은 T 형태의 미로에 쥐를 두고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가도록 쥐들을 훈련했습니다. 이 훈련은 공간 추론과 관련된 영역인 후두정 피질에서 일어납니다. 드리스콜과 그의 동료들은 후두정 내의 활동 또한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곧, 쥐가 미로 속을 달릴 때 같은 방향을 선택할 때도 발화하는 뉴런들은 계속 바뀐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결과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해마는 학습과 단기기억에 관련된 영역입니다. 곧, 기억은 다른 기억 위에 덮어 쓰여야 하며, 따라서 기억의 위치는 계속 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표상 표류가 발견된 것은 모두 설명이 가능한 영역들이었습니다.” 슈노버의 말입니다. 하지만 조롱박 피질은 다릅니다. 이 영역은 감각 자극을 느끼게 하는 뇌 영역입니다. 즉, 같은 자극에는 같은 뉴런이 반응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냄새가 자신이 잘 아는 냄새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조롱박 피질에서 표상 표류가 나타난다는 것은 뇌의 모든 영역에서 이런 표류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눈에서 오는 정보를 받는 시각 피질과 같은 뇌 영역에는 표상 표류가 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곧, 잔디의 냄새에 반응하는 뉴런은 몇 달 사이에 바뀔지 몰라도, 잔디를 보는 뉴런은 바뀌지 않는 식으로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시각 피질의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곧, 물리적으로 서로 가까이 있는 시각 뉴런들은 실제로 가까이 위치한 물건들에 대응됩니다. 이런 체계적인 대응은 뉴런 반응의 표류가 너무 멀리 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이는 선이나 막대와 같은 단순한 시각 자극에 대해서만 사실일지 모릅니다. 지브는 쥐에게 몇 일 동안 같은 영화를 보여주었고, 쥐의 뇌에서 표상 표류가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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