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joe McFadden,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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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년 전, 지금의 터키 지역에 해당하는 사말이라는 고대 도시에서 한 늙은 신하는 자기 집 한구석에 앉아 자신의 영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카투무와입니다. 그는 자신의 얼굴과 고대 아람어가 새겨진 석판을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자신이 죽었을 때 가족들에게 남길 말이 써 있습니다. ‘하다드 하파탈리 신에게는 수소를, 사냥의 신인 니카라와에게는 숫양을, 샤마쉬와 포도밭의 신인 하다드에게도 숫양을, 쿠바바에게도 숫양을, 그리고 이 석판에 담긴 내 영혼에도 숫양을 바쳐라.’ 카투무와는 이 석판에 자신이 죽은 뒤 영혼이 살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 석판은 우리의 의식이 물질적 육체와 달리 비물질적인 영혼에 있다는 이원론(dualism)이 나타난 가장 오래된 기록일 것입니다.
그로부터 2천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 역시 병원의 이동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며 영혼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아이 뇌의 전기활동을 측정하는 뇌파도(EEG)는 다행히 아이의 뇌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화면에 나타난 지글거리는 곡선이 아이의 생각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하며 의식이 어떻게 이런 신호를 만들어내는지 생각합니다.
뇌 속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분자와 원자들 – 이 원자들은 카투무와가 만든 석판의 원자나 내 아들이 누워있는 철제 침대의 원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 은 어떻게 인간의 의식과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는 아주 오랜 질문으로 오늘날 대부분 뇌신경과학자는 뇌 속 신경세포의 정보처리 과정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투무와와 내 아들 모두, 빛과 소리가 그들의 눈과 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신경세포는 환경이 전달하는 정보에 따라 제각기 발화합니다.
각각의 ‘발화’는 이온이라 불리는 전하를 띤 원자들이 신경세포를 드나드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되며, 이는 오늘날의 컴퓨터를 만들어낸 AND, OR, NOT의 불대수(Boolean) 논리법칙에 대응됩니다. 즉, 자신의 석판을 바라본 지 수 밀리초 만에 카투무와의 뇌에는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수천 개의 석판 속 신호를 주변 환경과 함께 해석해 동시에 발화하게 됩니다. 이 동시(correlating with)라는 조건에 의해 뇌의 신경세포는 그 석판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곧, 정보처리 자체는 ‘앎’의 이해에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오늘날 컴퓨터는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지만, 이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수십 년 전에 의식의 현상학을 이야기한 철학자 토마스 네이글의 한 에세이는 박쥐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무언가가 된다는 것’, 곧 그 세계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가지는 것은 무언가를 ‘아는’ 진정한 의식이 어떤 것인지를 의미합니다. 병원에서 아들의 뇌파도를 보며, 나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는 그의 신경세포 자체는 무엇을 ‘아는’ 것일지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각각의 신경세포는 단 한 가지 사실, 곧 발화 여부를 ‘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신경세포는 입력에 따라 발화를 하거나 하지 않으며, 이는 컴퓨터의 1bit에 해당합니다. 즉, 그 신경세포의 발화는 문이 닫혔다는 사실 하나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의 모양이나 색깔, 역할, 문이 닫히는 소리의 특징 등, 아이의 의식에 함께 나타날 모든 특징에 관해 그 신경세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곧, 뇌 속 신경세포는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다른 신경생물학자들처럼, 하나의 신경세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뇌 속 신경세포 1조 개의 집단은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무언가를 느낄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뇌 속에 넓게 퍼져있는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하나의 통합된 의식을, 곧 방이나 석판과 같은 것을 지각하는 느낌을 만들어내는지를 묻는 ‘결속 문제(binding problem)’에 부딪힙니다. 다른 문제는 생략(omission) 문제입니다. 왜 우리는 우리 몸이 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의 면역 세포가 어떤 면역반응을 보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그런 정보처리에 대해서는 전혀 지각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카투무와는 자신의 방을 걸어 다니기 위해 필요한 매우 복잡한 근육의 계산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까요? 왜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 딥블루의 전자뇌는 이제 더 이상 체스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일까요?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식과 생각을 만들어내는 뇌의 활동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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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G의 불규칙한 곡선은 우리 뇌에서 이루어지는 의식과 생각이 단순히 신경세포의 계산이나 정보처리 이상의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게 주었습니다. 신경세포가 발화할 때 그 신호는 전선과 같은 신경섬유를 따라 전파되며, 마치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아주 작은 전자기파 펄스를 만들어냅니다. 즉, 병실의 문이 닫힐 때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는 발화하는 동시에 작은 펄스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이 펄스들은 전자기장의 형태로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는 신경생물학자들이 의식의 본질을 고려할 때 무시해온 것입니다.
신경생물학자들은 뇌에 전자기장이 있다는 것은 100년 전부터 알았지만,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 핸들이 전혀 무관한 것처럼 그렇게 무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보와 연관성(correlation)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EEG 곡선을 만들어내는 뇌 속 전자기장의 변화야말로 병실의 문이 닫힌다는 사실을 개별 신경세포의 발화보다 더 진정으로 ‘아는’ 존재라 나는 생각합니다. 물론 나는 뇌신경 수백만 개의 발화와 이들의 발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자기장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물리학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곧, 산개된 뇌신경 수백만 개의 발화를 통해 만들어진 정보가 특정한 하나의 전자기장 형태로 물리적으로 통합되는 것입니다.
특정한 하나의 전자기장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와이파이(wifi)를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카투무와의 석판에 대한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스마트폰으로 듣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때 다른 가족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고, 또 다른 가족은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정보는 그 정보의 종류가 영화든, 사진이든, 문자나 음악이든 간에 그 사람이 공유기 주변 어디에 있든 그에게 전달됩니다. 이는 컴퓨터의 반도체나 신경세포와 같이 개별적인 물질을 기반으로 정보가 저장된 것이 아니라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비물질적 전자기파의 형태로 정보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와이파이의 경우 정보의 출발지인 공유기에서 도착지인 각각의 스마트폰까지 온갖 다양한 정보들은 서로 얽혀있는 상태로 마치 하나의 광자나 전자와 마찬가지로 물리적인 하나의 전자기장 형태를 가지고 전달됩니다. 이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전자기장은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내 아들의 EEG를 보며, 나는 그의 전자기장 펄스와 그의 감각기관이 보내는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전자기장 펄스가 바로 그가 느끼는 무언가라 생각합니다.
의식이 뇌의 전자기장에 존재한다는 생각은 매우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식이 물질 안에 존재한다는 것도 그만큼 이상하지 않나요? 아인슈타인의 공식인 E=mc^2 은 물질이 곧 에너지임을 말해줍니다. 물질과 에너지는 모두 물리적 대상입니다. 단지 물질은 공간의 특정 위치에 국한된 입자의 형태로 에너지를 가둔 것인 반면, 전자기파는 하나의 특정한 형태를 가진 정보가 에너지의 형태로 모든 공간에 겹쳐져 존재하는 것입니다. 즉, 의식이 뇌의 전자기장에 존재한다는 가설은 어떻게 수십억 개의 뇌신경세포가 하나의 의식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결속 문제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이원론이지만, 물질과 영혼이 아닌, 물질과 에너지의 차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이원론입니다. 의식은 이 전자기장 형태의 정보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는 경험은 문이 닫히는 경험과 관련된 모든 뇌신경세포와 그와 관련된 기억을 가진 뇌신경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자기장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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