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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2/2)

(Melanie Challenger,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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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들이 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누구도 인간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의 특별함은 우리가 인간의 동물적 특성과 다른 동물의 삶이 가진 아름다움과 필요성을 부정할 때 문제가 됩니다. 인류의 기원 설화가 인간에게 영적 특성이 있다고 말하든 않든, 법원이 인간은 품위를 가진 존재라 말하든 않든 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초월적인 것을 육체적인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외(exception)의 라틴어 어원인 excipere 는 ‘꺼내다’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구원을 기다려왔고, 우리가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동물적 조건에서 ‘꺼내’지기를 기다려왔습니다. 이러한 욕망은 우리가 강력한 생명공학 기술을 가지게 되면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동물적 존재가 가진 한계와 위험에서부터 인간을 바깥으로 꺼내고자 하는 다양한 기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붇고 있습니다. DNA 수리, 줄기세포 치료, 혹은 우리 자신을 점점 더 기계로 바꿔가는 기술 등이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일론 머스크의 뉴랄링크는 이 분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이는 인간의 동물적 조건을 제어하고 정복하려는 흐름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 동안,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쉽게 잊어버립니다. 이런 새로운 능력의 사용에 앞서 우리는 우리가 버리고자 하는 이 신체 덕분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동물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동물이며 우리 경험의 상당한 부분이 이 몸을 중심으로 하는 동물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자궁 속이며, 또 생후 첫 몇 달 동안 부모와 가지는 시간 입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친밀감과 산모의 건강은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루스 펠드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장 후의 애착은 … 산모와 아기의 초기 ‘민감한 시기’에 만들어지는 기초적인 관계에 의존한다” 이 중요한 시기는 호르몬, 환경, 촉감 등을 통해 아기의 뇌 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중추신경계,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 등은 모두 아기 때의 경험에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포옹은 체온, 심박, 호흡 등을 조절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남녀노소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누구든지 일시적으로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한 편이 되는 사람들은 호르몬의 변화와 뇌의 감마, 알파파에 이르기까지 친밀한 포유류적 연대가 주는 긍정적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즉, 인간은 자신의 뇌와 자아의 순수한 선택만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에 의해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를 매우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니콜라스 차우세스쿠 시절, 출산 후 육체적 감각적 자극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라난 아이들은 이후 일생동안 고통을 겪었으며, 말을 늦게 배우거나 시공간 인지능력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는 우리가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인생의 초기 단계에 우리의 몸이 어떤 자극과 존중을 받아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알려줍니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찾는 이들에게 의미있는 것입니다. 지금 인류는 CRISPR 와 같은 유전자 조작 기술과 체외 배우자형성(in vitro gametogenesis)과 같은 배아 조작 기술을 통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높은 지능을 가진 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또한 인간 자체를 산업화하고 인간의 삶을 파괴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곧, 성관계가 아닌 방법으로 아기를 만들어내며, 사랑과 접촉이 아닌 기계를 통해 육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극적인 파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우리의 많은 삶을 스마트 폰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대로 실제로 우리 자신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신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언어 습득을 포함해 일반적인 학습에서 신체 활동과 손동작 등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온라인 교육의 열풍에 밀려 무시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활동이 우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진영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진영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상식적으로 이런 말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다른 이와 실제로 만나는 시간과 실제 세상을 접하는 시간은 줄어든다는 것 말입니다. 동물적 삶이 정신적 삶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야만, 실제 세상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최소화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동물적 특성을 무시한다고 하지만 이는 우리가 실제 다른 동물을 무시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이 세상의 도덕적 군주로 군림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은 멸종과 공해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수백년 간 인간은 이런 모순을 무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드리운 이 그림자를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포유류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어 공룡이 활보하던 시대 이래 가장 작아졌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의 포유류 중 야생동물의 질량은 4%에 불과하며, 인간이 30%를 나머지를 가축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동물적 특성을 생각할수록, 인류는 지금 사라지고 있는 동물들 또한 이 세상의 경험을 가지고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그런 불편한 가능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매우 다양한 지능과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의 기억과 의도가 동물의 부리에서 발톱까지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이제 겨우 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우리를 둘러싼 생명체들의 진정한 복잡성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동물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그들의 경험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될 것입니다.

우리의 신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일 수 있습니다. 동물적 조건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함으로써 우리는 커다란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생명체와의 친밀감이 주는 놀라운 편안함을 생각해 봅시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 옆에 개가 누워 있다면 몸을 굽혀 그 개의 눈을 바라보고 쓰다듬어 보세요. 당신 뇌의 시상하부에서 옥시토신이 작용하고 도파민이 분비되며, 당신은 이 암울한 코로나 시기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개 또한 당신과 비슷한 반응을 느낄 겁니다. 옥시토신은 모든 포유류의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곧, 우리의 몸은 우리가 나머지 세상과 균형을 잡기 위해 가장 유용하고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이렇게 다른 동물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파괴하려하는 아름다움과 지성이 무엇인지를 더 잘 알게될 것입니다. 우리 인간 또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가진 진화적 유산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그리고 다른 동물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회복의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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