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셀렌버거, environmentalprogress)
4.
1970년대 인구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인구 폭발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졌습니다. 하지민 1972년 네이처의 편집장은 미래를 이렇게 예측했습니다. “1970, 80년대에는 기근이나 기아가 아니라 남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그는 또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신식민주의를 옹호하는 셈이다”라 말했고, 다른 이들도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한 인구학자는 인구 폭발이 문제가 아니라 “폭발이라는 단어가 헛소리”라고 말했습니다.
FAO에서 일하는 덴마크의 경제학자 에스터 보스럽은 역사적으로 인구가 증가할 때마다 사람들은 식량 생산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왔음을 보였습니다. 그는 사실 맬서스의 우려가 산업혁명 이전에도 이미 틀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1981년,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티야 센은 “빈곤과 기근”에서 기근이 음식의 부족이 아니라 전쟁, 정치적 압박, 식량분배 구조의 붕괴 때문임을 보였습니다. 센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1987년, 인구학자들은 인구 증가의 속도가 정점에 달했고, 이제 그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7년 뒤, UN은 마지막 가족계획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1996~2006년, UN의 가족계획 예산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세계의 인구증가 속도가 느려진 것이 분명해지자, 맬서스주의자들은 인구 폭발과 자원 고갈 대신 기후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스탠포드의 유명 기후학자인 스티븐 슈나이더는 맬서스주의자인 존 홀드런과 폴 에를리히를 초빙해 자신의 제자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존은 인구와 자원, 환경이 관련된 문제에 있어 동시대의 그 누구보다도 더 믿을 수 있는 일을 했다. 그의 강연은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의 과학자들이 큰 그림을 명확히 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홀드런과 환경방어기금(EDF)의 공동설립자인 조지 우드웰과 함께 일하며, 슈나이더는 1976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개최한 한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인류가 기술과 조직을 위험하고 지속불가능한 방법으로 사용한 결과 전 세계 인구는 통제 불능 상태로 증가하고 있었다.”
슈나이더는 기후변화를 종말론적 용어로 묘사함으로써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리는 지구 무대의 바깥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그는 친구 폴 에를리히의 연구를 바탕으로 “1977년 여름, 나는 CBS 자니 카슨 쇼에 네 번 출연했다”고 말합니다.
1982년, “생태경제학자”로 스스로를 칭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였고, 7년 뒤 발간한 설립선언문에서 그들은 이러한 위험은 인간의 활동에 있어 확실한 자연적 한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맬서스주의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생태경제학자들은 자원이 아니라 시스템을 강조함으로써 스스로를 신 맬서스주의 위기론자들과 구별한다”고 환경 역사학자들은 말합니다. “이제 식량이나 자원, 에너지 부족은 중요하지 않다. 생태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한 생태적 경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곧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가 시스템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글릭은 맬서스주의를 방어하려 하다 보니, 자연히 홀드런과 에를리히도 방어합니다. 글릭은 그들이 1970년대에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 주장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2003년 출간된 책에서 홀드런이 “환경주의자들은 에너지가 바닥날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바닥날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는 부분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내 책에서 정확히 짚었습니다. 나는 맬서스주의자들이 환경이 바닥날 것이라 주장하기 위해 어떻게 화석연료의 고갈에서 기후 변화로 주제를 바꾸었는지 보였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맬서스주의자들은 화석연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그들은 환경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맬서스주의자들의 주장은 이제 맬서스의 주장과도 많이 다릅니다. 맬서스는 인구 과잉이 식량의 부족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한 반면, 맬서스주의자들은 1960년대와 70년대, 넘치는 에너지가 인구 과잉과 환경 파괴, 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1977년 에를리히와 홀드런은 “모든 자연 자원에 대한 개발, 통제, 보존”을 위한 국제협의체를 제안했고, 오늘날 많은 맬서스주의 과학자, 환경주의 비정부단체, UN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내세워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식량, 수자원 정책을 통제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1989년 빌 맥키벤은 “자연의 종말”에서 인류가 지구에 가한 충격은 에를리히와 커모너가 1970년대 만든 맬서스주의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성장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부유한 국가는 농업으로 회귀해야 하며 자신의 부를 가난한 나라로 이전해 이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도록, 그러나 산업화는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전세계 인구는 1~20억 사이로 줄어들 것이라 주장합니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맬서스주의자들은 이제 환경이 고갈될 것이라 주장하게 됐습니다. 맥키번은 1998년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구체적인 물질이 바닥나는 것이 아니다. 바닥나는 것은 과학자들이 ‘싱크’라 부르는 것이다. 인간의 거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이다. 단순한 쓰레기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기저귀를 사용하고도 아마 여전히 그 기저귀를 버릴 빈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장에 해당하는 환경이 고갈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환경주의자들은 댐과 홍수 방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기후변화를 듭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의 환경 기술자인 브리스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의 80%는 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브리스코는 서구의 환경주의자들이 식량 부족 사태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작년의 식량 위기를 보자.” 세계은행의 기술자였던 존 브리스코는 2011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위기를 안타까워 한다. 언론은 비정부기구들(NGO)에 대한 뉴스로 넘쳐나고 원조위원회는 개발도상국의 농업 지원에 더 큰 금액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위기를 재촉했다는 사실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NGO들은 여러 NGO들이 정부의 관개 사업이나 다른 농업 현대화 사업이 ‘친-가난(pro-poor)하지 않으며,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사실을 반성하지 않는다. 또 농업 지원금이 1980년에는 전체 공적개발 지원금의 20%였으나 식량 위기가 발생했던 2005년에는 3%로 줄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5.
글릭은 원자력과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내 입장을 잘못 이해했고, 내가 마치 이들이 가진 문제를 무시하는 것처럼 썼습니다. 나는 책에서 노천광산 채굴이나 천연가스 파쇄법, 원자력 에너지가 비록 이들이 대체하려 하는 나무나 석탄, 천연가스보다는 나은 대안이지만, 여전히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논의했습니다.
맬서스주의자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원자력이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맬서스주의자들이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걱정하는 자원의 고갈과 공해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20세기 초 이미 원자력 에너지가 충분한 비료와 물, 식량의 원천일 뿐 아니라 공해가 전혀 없어 환경 발자국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알았습니다. 때문에 맬서스주의자를 비롯한 에너지와 비료, 식량이 고갈될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큰 문제가 됐습니다. 어떤 맬서스주의자는 원자력은 에너지를 너무 싸고 쉽게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시에라 클럽의 회장은 디아블로 캐년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너지 공급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인구가 다음 20년 동안 두 배로 는다면, 캘리포니아의 풍경은 파괴될 것이다.”
환경에 대한 우려에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들어 있습니다. “싸고 청정한, 풍부한 에너지원을 발견하는 것은 인류에게 재앙과 가까운 일일 것이다.” 1970년 맬서스적 재생에너지 지지자인 아모리 로빈스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 경우 인류가 그 에너지로 할 일을 생각해보라.” 에를리히도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실제로 인류가 지금 이 시점에서 싸고 풍부한 에너지를 가진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아이에게 기관총을 쥐어주는 것과도 비슷한 일일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원자폭탄의 공포를 이용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인구 과잉으로 인한 전 세계적 빈곤 만큼 수소폭탄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를 “인구 폭발(population explosion)”이라 부르며, 에를리히는 자신의 책 제목을 “인구 폭탄(The Population Bomb)”이라 지었습니다.
에를리히와 홀드런은 원자력 에너지가 폭탄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형 원자로 창고의 장수명 방사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의 1천 배에 해당한다.” 이 말은 원자력 발전소가 마치 1천 배의 피해를 입힐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유는 틀렸습니다. 원자로는 폭탄처럼 폭발하지 않습니다. 원자로의 연료는 그런 폭발을 일으킬 만큼 “농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자로와 폭탄을 뒤섞어 말하는 것은 맬서스주의 환경론자의 주요 전략입니다.
글릭은 에를리히와 홀드런 역시 원자로와 원자폭탄의 차이를 알고 있으며, 내가 그들을 오해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히로시마를 언급하는 이유는 원자폭탄의 두려움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그런 비유를 할까요? 원자폭탄 대신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는 엑스레이나, 콜로라도와 같은 생활 방사능이 높은 지역의 방사능 같은 감정적 자극이 없는 비유를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나는 바로 이런 패턴을 지적했습니다. 맬서스주의자들은 자원이나 환경과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며 위험을 지적하고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공격합니다. 맬서스는 인구과잉을 예측하면서도 인구의 인위적 억제를 반대했습니다. 홀드런과 에를리히는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며, 기근이 닥칠 것이라 경고하면서도 가난한 나라에서 비료의 사용과 산업화된 농경을 반대했습니다. 오늘날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을 경고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원자력 에너지를 공격합니다.
글릭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대한 비판에서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그는 수력댐, 홍수 방제 시스템, 원자력 발전소가 인간 사회가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나의 주장이 틀렸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글릭의 주장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의도마저 의심합니다.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슬플 따름입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마지막 장에서 주장한 것처럼, 나는 맬서스주의 과학자, 활동가, 언론인들은 거짓 신을 따르는 잃어버린 영혼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채로 종교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인신공격이 아닙니다. 오늘날 소위 세속주의자들의 또 다른 종교가 되어버린 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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