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인간은 선해졌지만 동시에 전쟁에도 능숙해졌다(1/2)

(Steve Paulson,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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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알프스를 여행하던 두 등산객은 미라처럼 변한 상태로 얼음에 갇힌 한 시체를 발견합니다. 아이스맨이라 불린 이 시체는 5천 년 이상 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처음에는 그가 눈보라를 만나 동사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몸에는 여러 군데 자상과 타박상이 있었고, 어깨에는 화살촉이 박혀 있었습니다. 또 그가 들고 다니던 돌칼에서 혈흔이 발견됐죠. 곧, 그는 전투 중에 사망한 것이었습니다.

캐나다의 역사학자 마가렛 맥밀란은 이 아이스맨 이야기가 인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다툼을 좋아합니다.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책 “전쟁: 싸움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War: How Conflict Shaped Us)”에서 맥밀란은 전쟁이 인간의 역사와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우리는 전쟁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오히려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국가의 흥망이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명확하지만, 그 외에도 인류는 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전쟁 역시 인류 사회와 정치 체제에 큰 변화를 만들어 왔으며, 심지어 더 나은 체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쟁은 과학의 발전을 추동하기도 했습니다.

맥밀란은 전쟁사 분야의 인정받는 전문가입니다. 이 분야에 개인적으로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두 전쟁에 참여했고, 증조부는 세계 제1차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집안의 역사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70대인 내 주변에는 가족 중에 1차대전이나 2차대전에 참전한 사람이 있는 이가 많습니다.”

맥밀란은 전쟁터에서 벌어진 이야기에서부터 전쟁 이론에 이르는 다양한 책을 썼고, 신기술이나 신무기가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질문은 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 이 질문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야수성(bestial side)을 깨우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최선의 모습(best)을 이끌어내는 것일까?

Q: 인간은 근본적으로 폭력적인 존재일까요?

A: 나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폭력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진화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폭력적 경향을 띠게 됐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려울 때 우리는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그렇다고 이를 두고 인간이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거나 서로 협력하는 상황도 자주 있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왜 싸우느냐 하는 것이고, 여기서 싸움이란 어떤 두 사람의 싸움이 아닌 전쟁을 말합니다. 전쟁은 조직을 위해, 이념을 위해, 문화적 가치를 위해 일어납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더 잘 조직화할수록 전쟁을 더 잘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전쟁은 매우 조직적인 행동입니다. 술집에서 시비에 붙거나 누군가 두려움을 느껴 당신에게 가하는 폭력과는 많이 다르죠.

Q: 스티븐 핑커는 인간이 문명 덕분에 점점 덜 폭력적으로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매우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그는 방대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시했죠. 이제 우리는 검투사들에게 목숨을 걸고 싸우라고 하지 않습니다. 공개처형도 사라졌습니다. 거의 모든 선진국과 다른 많은 나라에서 살인율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실 그 점에서 좀 독특합니다. 한 사회 내부적으로는 사람들이 더 평화로워졌다는 그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쟁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리처드 랭엄은 “선악 패러독스(the goodness paradox)”라는 아주 흥미로운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더 착해졌고, 폭력성도 줄었다고 말합니다. 더 폭력적인 사람은 짝을 찾지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가장 폭력적인 사람을 사회가 죽임으로써 마치 늑대가 사람의 무릎에 올라오는 개가 된 것처럼 점점 더 온순해졌다는 것이죠. 이렇게 개개인은 더 착한 사람이 되었지만, 또한 어떤 목적을 가진, 조직적인 폭력을 행하는 데는 더 능숙해졌습니다. 그래서 패러독스라고 하죠. 우리는 더 착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 착한 사람들이 전쟁을 더 잘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Q: 동물 세계에서는 전쟁이 잘 일어나지 않나요?

A: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촌으로 알려진 침팬지들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컷 침팬지들은 영토를 지키기 위해 무리를 이뤄 경계를 순찰합니다. 다른 무리의 침팬지가 잘못 그 지역에 들어왔다가 순찰대에 발견되면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촌인 보노보는 평화를 추구하며, 다른 무리의 보노보를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리학적 이유로 침팬지는 타고난 공격성을 가지게 되었고, 보노보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Q: 보노보는 모계사회이고 침팬지는 대장 수컷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사실도 있겠지요.

A: 그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수컷이 더 싸움을 많이 할까요? 수컷은 원래부터 더 호전적이고 암컷은 평화를 선호할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인류의 역사 대부분은 부계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권력을 잡았을 때도 전쟁의 빈도는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예카테리나 2세나 마리아 테레지아, 마가렛 대처를 생각해 봅시다. 이들은 전쟁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Q: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성이라면 그게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어떤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A: 전쟁과 관련된 유전자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폭력성은 어느 정도 유전자와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전쟁은 조직화한 사회의 문제입니다. 전쟁은 목적이 있으며, 종종 어떤 이익을 위해 일어납니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전쟁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계획과 훈련이 필요하며, 아주 큰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군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군대는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 사람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싸우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훈련을 합니다. 즉, 전쟁을 일으키는 경향은 우리가 조직화한 사회를 가지게 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신이 유목민이라면 당신을 위협하는 이들을 피해 짐을 챙겨서 다른 빈 땅으로 가면 됩니다. 하지만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게 되면서, 이제 지켜야 할 것이 생겼고 다른 곳으로 가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빼앗고 싶은 것을 가지게 됐죠. 안타깝게도, 사회가 조직화할수록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전쟁을 더 잘 준비하고 피할 수 없다면 전쟁을 치르게 된 것이죠.

Q: 하지만 사회의 목적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닌가요?

A: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쟁의 중요한 원인 중에는 다른 이들이 가진 것에 대한 탐욕이 있습니다. 이는 남들이 내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 하고 우리 사회를 파괴하려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서로 다른 두 사회 사이에 신뢰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오히려 서로 의심하는 본능이 있죠. 서로 이웃한 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경우도 많지만, 그 평화가 깨질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Q: 결국은 부족주의(tribalism) 때문일까요? 내집단(in-group)과 외잡단(out-group)으로 나뉘고, ‘타인’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불신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 인간의 특성 말입니다.

A: 인간 사회에 그런 특성이 많이 발견되지만, 나는 우리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더 신뢰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종교는 아주 많은 사람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주고 서로 형제로 여기게 해줍니다. 유럽연합은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전쟁을 벌이던 국가들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고, 또 그 관계가 얼마나 쉽게 틀어질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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