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Berggren, Quillette)
세계 인구 예측은 팩트풀니스의 중요한 주제이며, 이 책이 주장하는 낙관적 미래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용한 분석 방법은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가장 최신 예측인 UN이 2017년 발표한 인구 예측은 세계 인구가 팩트풀니스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 약 70억 명의 지구 인구는 2100년, 100~130억 명 사이가 될 것이다. 팩트풀니스는 다르게 말한다. 금세기 말이 되면 아이들의 수가 더 이상 늘지 않아 전 세계 인구가 안정화되리라 전망한다. 특히 저자들은 유아 사망률의 감소는 직접적으로 출산율의 감소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생존자가 늘어날수록 인구는 줄어듭니다.”
금세기 말 인구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주장, 미래의 인구 성장은 오늘날 아이들의 수가 결정한다는 주장, 유아 사망률 감소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며 인구 성장을 억제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모두 검증된 것이 아니다.
우선 UN의 인구 예측이 21세기 들어서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 예측은 특히 차이가 크다. 2010년 UN은 금세기 말 아프리카의 인구가 36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7년 뒤 그 숫자는 9억이 늘어난 45억 명으로 바뀌었다. 특히, 베이지안 확률에 기반한 새로운 예측은 2100년의 세계 인구에 매우 큰 불확실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세계 인구가 안정될 확률을 30% 내외로 보고 있다.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례없는 출산율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한 세계 인구가 안정화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둘째, UN의 보고서는 오늘날의 아이들 수가 미래의 인구 증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미래의 인구가 아이들의 수보다는 미래의 출산율에 크게 의존한다고 말한다. 곧, 높은 출산율을 가진 국가들의 경우 “겨우 15년 뒤인 ‘2030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어젠다’에서도 인구 예측에 매우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 출산율 감소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이후 모든 시기에 인구는 더 크게 증가한다.”
셋째, 낮은 유아 사망률과 낮은 출산율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팩트풀니스는 이집트의 유아 사망률이 1960년 30%에서 오늘날 2.3%로 낮아졌으며, 이를 “공공의료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이집트의 부모들은 모든 자녀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 따라서 대가족을 꾸려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만약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집트의 인구는 이제 안정됐어야 한다. 하지만 2000년 7천만 명이던 이집트 인구는 2017년 9,700만 명이며, 2100년에는 2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 또한 비슷한 경향을 가진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의 유아 사망률은 1980년대보다 1/3로 줄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이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유아 사망률의 감소와 높은 출산율에 따른 아프리카 국가의 인구 증가는 두 숫자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UN은 2017년 1억 9100만 명인 나이지리아의 인구가 2100년에는 8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5,700만 명인 탄자니아의 인구는 3억 400만 명으로, 8,100만 명인 콩고민주공화국은 3억 3,900만 명이 될 것이다. 같은 발전 단계를 거친 아시아보다 아프리카가 더 높은 출산율을 가지는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팩트풀니스에는 설명이 없다. 사실 이 문제를 언급하지도 않는다. 다른 연구자들은 대가족을 지향하는 지역적 특성, 피임에 거부감을 가지는 종교적 특성, 그리고 인구를 국력으로 생각하는 정치인 등을 이유로 꼽는다. 탄자니아의 대통령인 존 무구풀리는 국가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때, 피임하는 여성은 게으른 여성이며, 피임약의 복용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1960년대,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가 발전했고, 의료 상황이 개선되었고, 교육 수준이 높아졌으며 유아 사망률과 출산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출산율과 사망률의 감소는 경제발전에 따른 유아 사망률의 감소가 출산율의 감소로 인과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란과 중국, 한국에서 출산율의 감소를 만든 것은 국가가 주도한 가족계획이었다. 중국의 경우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기 전에 출산율은 절반으로 줄었으며, 이러한 출산율의 하락이 오히려 급격한 경제 발전과 빈곤의 감소를 이끌었다. 기예보(Guillebaud)는 낮은 출산율이 경제 발전에 선행하며, 경제 발전이 다시 낮은 출산율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여러 연구자는 오늘날 개도국 원조의 1%만이 가족계획에 사용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과 함께 오늘날 국가적인 가족계획이 사라진 현실을 비판한다.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여전히 높은 출산율이 유지되는 것이 이들의 경제 성장을 늦추고 빈곤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일 수 있다.
가족계획에 대한 팩트풀니스의 입장은 양가적이다. 이들은 1984년 여성 1인당 출생아가 6명에서 15년 뒤 2명으로 줄어든 이란의 “가족계획의 기적”을 언급한다. 팩트풀니스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콘돔 공장과 젊은 약혼자들에 대한 의무적 성교육 등 국가가 직접 이에 투자한 결과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이란의 성공에서 어떠한 결론도 끌어내지 않으며, 앞서 말한 이집트의 성공과도 비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란의 전략이 다른 나라, 예를 들어 무슬림 국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몇 년 전, 한스 로슬링은 한 스웨덴 일간지 기자로부터 인구 예측을 상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지 질문받았고 이렇게 답했다. “그건 그냥 일어나는 일입니다. 마치 내일 태양이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묻는 것과 같지요.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결정합니다. 인구 증가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어떤 상수와 같습니다. 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의 이런 답변을 보면 팩트풀니스가 왜 인구 증가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들은 모든 인류가 오늘날 가장 부유한 10억 명이 누리는 삶의 수준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인구 증가가 이런 삶의 수준에 도달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자원의 사용과 생물 다양성, 전 지구적 탄소 배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크리스트(Crist) 등에 의하면 인류는 현재의 인구 및 증가율의 수준에서도 생물 다양성의 감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의 빈곤 국가가 부를 쌓고 자원을 소모하게 될 미래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 말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변곡점에 다다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오늘날의 탄소발자국만 감소시킬 것이 아니라 미래의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한 인구 감소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구 증가와 지구 자원 감소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폴 에를리히는 안나 에를리히와 함께 1960년 출간한, 종종 오해받는 고전인 인구폭탄(The Population Bomb)에서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많은 인구와 부유한 이들의 과소비의 조합”이라고 주장했다. 팩트풀니스는 국가 간, 대륙 간의 격차 감소에 관한 수많은 그래프를 보여주지만, 국가 내 불평등 증가에 관한 그래프는 단 한 장도 보여주지 않는다. (매년 발간되는 세계 불평등 보고서 등 이에 관한 자료는 셀 수 없이 많다.)
팩트풀니스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로 “양가적”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인류의 발전과 백신, 교육, 수명 등의 다양한 통계로 드러나는 그들의 에너지와 열정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이 “팩트풀니스: 세계의 긍정적 변화들”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팩트풀니스는 편향적 통계 선택의 잘못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분명한 주제인 세계의 인구 증가와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금세기 말까지 50%의 인구 증가는 오늘날의 아이들 수에 의해 결정된 것이며, 정부 정책으로 바뀔 수 없을 뿐 아니라 2100년이면 정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언급한 보고서에서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 보고서들은 향후 수십 년 동안의 출산율이 미래의 인구 증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주제와 다른 여러 주제에서 팩트풀니스는 경제개발 결정론을 따른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의 “남성 중심 성차별주의”는 “겨우 60년 전 스웨덴에서도 존재했던 가부장적 가치처럼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따라 사라질 것”이라 말하는 식이다. 문화, 정체성, 종교, 관습, 법률, 국가기관보다 경제 발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2017~18년 스웨덴 왕립학회의 여러 스캔들과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인공기관 이식술의 실패로 노벨상의 명성은 상처를 받았다. 노벨 재단은 자신의 영향력을 되찾을 방법으로 로슬링의 이름을 다양한 행사에 활용하고 있으며, 모든 스웨덴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팩트풀니스를 선물 받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 유명인의 세계관을 전파하는 것은 학계의 가장 뛰어난 연구자를 찾아 보상을 주는 노벨 재단의 원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노벨 재단이 팩트풀니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들의 과학적 명성을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행동이 될 수 있다.
1부로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