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Stephen Wilmot)
로봇 택시 프로젝트에서 인간 보조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 무인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이르지만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는 이제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가 아닙니다. 조만간 실제 도로를 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보조 운전자가 없는 무인 주행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초기 과제입니다.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자율주행 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습니다. 웨이모는 10월부터 피닉스 교외에서 보조 운전자가 없는 로봇 택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Aptiv)가 40억 달러(4조 4,000억 원)를 공동 투자해서 설립한 모셔널(Motional)은 보조 운전자가 없는 무인 자동차를 수개월 내에 네바다에서 시험 운행할 계획입니다.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Cruise)도 연말까지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인간 보조 운전자가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습니다. 특정 도시에서 맑은 날씨에 로봇 택시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더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환경에 적용해야 합니다. 나아가, 자율주행이 여러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차량의 숫자도 늘려야 합니다. 자율주행차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고, 택시, 대중교통, 장기적으로는 개인 소유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최종 목표는 엄청난 사업 기회이자 위협을 의미하며, 빅테크 기업,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우버와 같은 이동(mobility) 서비스 제공 기업을 자율주행차 개발 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모셔널의 CEO인 칼 이아그넴마(Karl Iagnemma) 대표는 무인 자동차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비용을 약 10억 달러(1조 1,000억 원)로 추산합니다. 팀을 꾸리고, 부품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험주행 차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로봇 택시 서비스를 일반 고객들에게 상용화할 수 있는 규모로 개시하려면 다수의 자율주행 차량은 물론이고, 훨씬 큰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합종연횡에 나섰습니다. 혼다(Honda)와 소프트뱅크(SoftBank)는 GM 크루즈의 일부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포드(Ford)와 폭스바겐(Volkswagen)은 자율주행 업체 아르고(Argo AI)에 공동 투자하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도 올해 벤처 캐피털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실탄 보충에 나섰습니다.
자율주행 경쟁에 참전한 또 다른 빅테크 기업은 아마존입니다.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아마존이 작년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로라(Aurora)에 소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로라는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또한, 올여름 아마존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자율주행 업체 죽스(Zoox)를 13억 달러(1조 4,3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공룡인 아마존은 자율주행을 통해 무인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려 합니다. 이 분야는 올해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GM의 부사장을 거쳐 웨이모의 자문을 맡은 래리 번스(Larry Burns)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택시가 아니라 화물 운송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류의 핵심은 운영비용 절감이고, 운전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지면 물류 운송 비용을 크게 줄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로봇 택시의 레이저 기술에 집중하던 웨이모는 지난 10월 대형트럭을 제조하는 다임러 트럭(Daimler Trucks)과 제휴를 발표했습니다.
테슬라(Tesla)도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해 “자율주행의 날(Autonomy Day)” 행사에서 2020년 말까지 100만대의 로봇 택시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4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기존의 계획에 대한 입장을 약간 바꾸면서 2020년까지는 로봇 택시 운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계획이 모호한 데다 값비싼 고급 세단인 테슬라의 자동차는 다수의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얼마나 남았는지가 아닙니다. 자율주행 시장이 잘 나가는지가 중요하죠. 2016년과 2017년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 운송 분야를 뒤흔들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에 시장이 달아올랐지만, 2018년 우버의 테스트 차량에서 일어난 치명적인 사고는 자율주행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불러왔습니다. 이제 시작되는 무인 자율주행이 교통사고 없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한 희망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비록 대부분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자회사지만, 자율주행 부문에 상당분의 지분을 보유한 앱티브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괜찮아 보입니다. 자율주행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에는 전체 규모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기에는 성공했을 때 수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시장에 다시 투자 열풍이 불 때,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애리조나의 화창한 교외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가 이뤄진다고 해서 자율주행 택시가 조만간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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