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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내가 예전과 같은 삶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가디언, Emma Broc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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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생각이 갈팡질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떤 일을 앞두고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주 단순한 일이라도 처음에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가, 곧이어 그 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일종의 내적 협상을 경험합니다. 그 일을 하고 나면 기분이 얼마나 좋을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등의 생각이 머리 속에서 돌아다닙니다. 지난 주 옥스포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뉴스가 그랬습니다. 나는 세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드디어 코로나가 끝나는구나. 그래도 한동안은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세상을 떠나겠구나. 하지만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스스로 보기에도 이상한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정말 예전과 같은 삶을 원하는걸까 하는 것입니다.

독일어 단어 중에는 분명히 미래에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 같은 느낌을 일컫는 단어가 있을겁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강하게 느끼는 그 느낌 말이지요. 나는 지금 이 순간 또한 어떤 상실감과 함께 그런 느낌을 줄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내 기억의 창고에서 아주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분명히 그리워하게 될 그런 때라고 말입니다. 물론 사라진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을 느끼겠지요. 하지만 세상 전체가 불안정하고 모호했던 바로 이 시기를, 10년이나 20년 뒤에는 분명 다르게 보게될 거라는 뜻입니다.

그런 생각은 내년 쯤이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생각할때 더욱 확실해집니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면 기뻐해야할 일들이 매우 많습니다. 여행을 할 수 있고,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면서 내가 사소한 즐거움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도 없어질겁니다. 아이들을 학교로 보낼 수 있게 될겁니다. 뉴스를 볼때 오늘은 몇 명이 죽었는지를 신경쓸 필요도 없고 코로나로 홀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사진을 볼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보다 깊은 마음 속에는, 다소 모호하지만 두려움이 있습니다. 아마 세상에는 매일 아침 그날 하루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분명 자신의 게으름과 싸우기 위해 긴 할일 목록을 만들어놓고 끝없이 스스로를 달래는 사람들일겁니다. 코로나 시기 동안 계속되던 미팅의 취소, 여행 금지, 그리고 데면데면 하던 사람들과의 약속 미루기, 하루 정도 샤워 건너뛰기는 우리를 방황하게 했고 때로 우울증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봅시다. 어떤 면으로는, 이 시기가 우리가 평소 꿈에서나 그리던 그런 상황이었던 면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 얼마전 한 친구가 내게 보낸 문자입니다. 우리는 전화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대화는 문자에 비해 너무 힘들지요. 나는 이 친구가 한 말을 너무나 잘 이해합니다. 며칠 뒤, 나는 회사 일을 위해 줌 미팅을 해야했습니다. 비록 머리를 감을 필요는 없었지만, 너무 오랜만에 타인에게 보이기위한 가식적인 표정을 지어야 하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물론 8km 떨어진 곳에 사는 회의 상대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마치 신의 선물처럼 느껴졌지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 사이의 이런 갈등은 단순한 탈사회화(desocialisation)일지 모릅니다. 나는 요즘 TV와 영화에서 사람들이 술집에서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장면을 보면 반사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거의 1년 동안을 치명적인 질병의 두려움 속에서 산 결과, 코로나와 무관한 일에도 두려움이 앞서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놔두고 업무를 위해 5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거의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혹시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떻게 하나요? (나는 늘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코로나 전에는 무시할 수 있었지요.) 어떤 위험의 가능성이 실제로 현실로 나타났을때,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이런 생각들도 다 지나가겠지요. 우리가 운이 좋다면 아마 한 두 해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겁니다. 지금 이 시기는 극히 비정상적이었던 이상한 시기로 남을 것이고, 아마 그런 이유로 커다란 추억으로 남겠지요. 이 시기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특별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2020년은 아주 여러가지 면에서 끔찍한 해로 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만큼 또 내 안의 작은 일부는 이 시기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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