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llette, Keith E. Stanovich)
믿음은 소유물일까 밈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자신의 다른 소유물처럼 자신이 선택해 가지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곧,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주체적으로 가지며 2) 이 믿음은 자신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는 ‘우리편 편향’을 이용해 자신의 믿음을 지키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믿음에 대해 다른 관점, 곧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는 자신의 행위를 미심쩍게 만드는 관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어떤 문제에 대해 강한 ‘우리편 편향’을 나타내는 사람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종류의 믿음들은 이를 믿는 사람이 누구냐와 무관하게 모든 이에게 매우 강한 ‘우리편 편향’을 만들어냅니다. 즉, ‘우리편 편향’은 사람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 믿음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타나며, 그 믿음과 모순되는 근거들을 배척합니다. 이런 ‘우리편 편향’의 특성은 우리가 믿음에 대해 가진 기존의 생각을 뒤집습니다. 곧, 특정한 믿음이 가진 특성에 주목하는 밈(meme) 이론이 ‘우리편 편향’을 이해하는데 더 좋은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할 질문은 사회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의 전통적인 질문인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나?”가 아니라 “그 믿음은 어떻게 이 사람들이 자신을 믿도록 만들었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가장 까다로운 ‘우리편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에 거리를 둘 필요가 있으며, 이는 그 신념이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믿음을 스스로 가지게 된 소유물이며 그 믿음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니얼 데닛이 말한 “밈의 관점(the meme’s eye view)”은 이러한 가정에 의문을 가지도록 만들어줍니다. 밈은 우리의 이익에 무관하게 자신을 복제하며, 그 복제 방법이 의식적 사고이든 인간이 가진 심리적 본능에 의존하는 무의식적 사고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러한 믿음, 혹은 신념을 생각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일까요? 사실 심리학에는 ‘선천적 직관(innate propensities)’과 (대부분 무의식적인) ‘사회적 학습’을 통해 사람들이 선언적 지식, 행동 경향, 의사 결정 방식 등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인 수많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나단 하이트는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에서 우리가 도덕적 믿음과 행동을 이런 식으로 가지게 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하이트가 도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모델은 ‘우리편 편향’을 설명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우리편을 만들어내는 신념은 종종 정치적 이데올로기, 곧 사회 정의(order of society)가 어떠해야 하며, 이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련의 믿음들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연구자들은 하이트가 도덕성의 형성에 사용한, 선천적 직관과 사회적 학습의 모델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형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의 이데올로기적 경향성에는 그의 기질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며 이 기질적 특성은 생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이 가진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은 유전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는 유전적 요인이 강한 빅 5 성격모델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개인이 가진 이데올로기는 뇌의 구조,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의 차이와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진보와 보수가 가진 성격의 차이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이미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는 당신이 보이는 ‘우리편 편향’을 만들어낸 그 신념이 어느 정도는 당신의 생물학적 상황에 의한 것이며 당신이 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이데올로기적 경향성이 그의 의식적 선택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은 조나단 하이트의 “본능과 사회적 학습” 공식의 절반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이트의 사회적 학습 부분도 믿음에 대한 고전적인 생각, 곧 “나는 스스로 나의 신념을 골랐고 이 신념은 내게 커다란 의미를 가집니다”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가치관과 세계관은 아주 어린 시절에 만들어지며, 이때 만들어지는 믿음들은 우리의 부모, 친구들, 학교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밈 중 어떤 것들은 그들의 본능적 직관과 일치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다른 밈들은, 그 밈이 본능적 직관과 일치하느냐와 무관하게, 그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천천히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이 모든 이론은 당신이 어느 집단에 속할지를 결정하게 만드는 그 신념이 당신이 가진 이성적 사고에 의해 선택하고 받아들인 것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자신의 믿음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버릴 수 있게 됩니다. 신념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덜 생각하게 될수록, 새로운 근거를 부적절하게 판단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식인(cognitive elites)들의 무분별한(blindness) 우리편 추종
우리의 ‘우리편 편향’을 자극하는 신념을 이해할 수 있는 “본능과 사회적 학습” 모델은 앞서 내가 언급한, 인지적 능력과 ‘우리편 편향’이 무관하다는 실험 결과와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합니다. 바로, 지적 엘리트들 조차도 자신의 ‘우리편 편향’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편향에 대한 무감각은 수년 전, 에밀리 프로닌과 그녀의 동료들이 실험으로 보인 중요한 메타 편향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타인이 더 심리적 편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였고, 이는 다른 수많은 연구에서도 재현되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를 확장해, 이 ‘우리편 편향’에 대한 무감각이 지적 엘리트들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적인 사람들일수록 어림짐작(heuristics) 때문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인지적 편향을 실제로 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지적인 사람들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편향을 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이를 편향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편 편향’이라는 한가지 특별한 편향에 대해서는 이 사실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편향에 대해서는 그들이 남들보다 편향을 덜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은 옳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우리편 편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정 지식인들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이 편향에 대해 특별히 무감각해지게 만들었습니다. 곧, 당신이 높은 지능을 가지고 고등교육을 받았으면서, 또 특정한 정치적 관점을 강력하게 지지할 경우 당신은 당신의 관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속한 집단은 당신의 기질과 선천적 직관과 일치하기에, 당신의 믿음이 실은 당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심지어 보통 사람들보다도 당신은 깨닫지 못합니다. 바로 대학의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이 정확히 이 묘사에 속합니다. 동일한 사고방식을 가진, 단일한 이데올로기에 갇힌 이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정적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자신들은 객관적인 연구를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대한 사각지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대학 교수 집단은 압도적으로 진보적이며, 이러한 사상적 불균형은 지난 20년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 불균형이 가장 심한 분야는 인문학, 교육학, 그리고 사회과학 분야입니다. 그 중에서도 심리학과와 사회학, 정치학 등 투표자들의 인지적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들이 가진 정치적 성향은 ‘우리편 편향’을 덜 나타내는 입장, 곧 진보적 성향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 당연해 보이는 생각과 달랐습니다. 최근 피터 디토와 그의 동료들은 12,000 명 이상의 피험자들이 관련된, 진영적 특성에 따른 ‘우리편 편향’에 관한 41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진보적인 사람들과 보수적인 사람들은 비슷한 수준의 ‘우리편 편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사회과학 분야의 단일 문화인 진보 좌파가 ‘우리편 편향’을 가지지 않을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이들이 정치적 반대파의 심리를 연구할때 특히 큰 문제가 됩니다. 이 분야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진보좌파의 정적들이 인지적으로 어떤 측면이 모자라는지를 보이는 연구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습니다. 2016년 영국과 미국의 선거 이후 사회과학에서 이는 중요한 연구주제로 떠올랐습니다. 마치 우연처럼, 고학력의 대학교수들은 자신들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무식하기 때문에 이런 참사를 만들어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투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든간에 보수적인 이들이 진보적인 이들보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무지하다는 어떠한 명확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내가 “우리를 분열시키는 편견”에서 보인 것처럼, 진보적인 이들과 보수적인 이들 사이에 합리성, 지성, 지식의 차이는 없습니다.
정신의 전염병
우리가 가진 믿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믿음이 신념으로 바뀌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우리편 편향’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유전자가 당신을 비만으로 만드는 것처럼 당신이 가진 밈 또한 당신의 마음에 병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경우, 당신은 그런 비판적 태도에 더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다른 유전자들과 충돌할 경우 이는 유전적 결함이 됩니다. 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밈들은 밈플렉스 안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기존의 밈과 충돌하는 밈이 두뇌 안에 자리잡지 못하게 만듭니다. 기존에 자리잡은 밈과 유사한 밈들은 훨씬 쉽게 자리잡습니다.
소셜미디어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이용하고 있으며,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알고리듬에 의해 자신이 가진 밈과 쉽게 동화되는 정보만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유사한 밈들은 이데올로기를 통해 단순한 검증가능한 믿음에서 신념으로 쉽게 바뀌게 됩니다. 나는 전작 “로봇의 반란(The Robot’s Rebellion)”에서 이와 비슷한 논리를 사용해 자유 시장이 어떻게 유전자와 밈의 충동적이고 일차적 욕망에 봉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선사시대의 생존 조건에 적응한 유전적 시스템은 오늘날 현대 사회와는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지방을 저장하게 만들었고, 이는 그 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교차로에 맥도날드가 있는 오늘날에는 그 능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욕망은 매우 보편적이며 또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에 의해 이러한 패스트 푸드에 대한 우리의 소비를 줄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시장은 오히려 우리가 본능적인 일차적 선호를 점점 더 쉽게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밈의 시장 또한 정확히 같은 일을, 곧 우리가 가진 기존의 믿음과 유사한 밈을 더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밈-시장을 노리는 폭스 뉴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제는 CNN, 브라이트바트, 허핑턴포스트, 데일리 콜러, 뉴욕타임스, 워싱턴 이그재미너 등 좌우를 가리지 않고 따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지방이 가득한 음식을 탐하는 것이 우리 몸에는 좋지 않지만 우리가 가진 유전자의 생존 본능 때문인 것처럼, 우리가 자신이 가진 기존의 믿음과 잘 맞아 떨어지는 밈을 탐하는 것은 그저 이 문화적 복제자가 유전자와 비슷한 생존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패스트 푸드의 과식이 신체의 비만이라는 유행병을 만든 것처럼, 밈의 과식 또한 마음의 비만을 만들어 냅니다. 전자는 의학적 위기로 이어졌으며, 후자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우리편 편향’을 가지게 만드는 너무 많은 신념을 가지게 함으로써 사회가 진실에 합의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사회적 소통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너무 많은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배척하고 오직 동일한 생각만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신의 전염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우리가 가진 믿음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 믿음 스스로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믿음과 자신을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신념이 실은 검증이 필요한 믿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신념이 줄어들수록 ‘우리편 편향’ 또한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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