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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쓰 E. 스타노비치의 새 책”우리를 분열시키는 편견 (The Bias That Divides Us)”중에서(1/3)

(Quillette, Keith E. Stano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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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로 첫 락다운을 경험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은 잠깐 동안의 국가적 단결의 시간을 지나 다시 고통스러울 정도로 예측가능하고 씁쓸한 당파적 분열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를 분열에 이르게 하는 인간의 인지적 특징과 이를 부채질하는 우리 문명의 탓입니다. 여러 비평가들은 이런 분열의 이유로 소위 “탈-진실(post-truth)”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지금의 분열된 사회를 만든 특정한 문제에 대한 정당한 묘사가 아닙니다. 이러한 분열의 이유는 사람들이 진실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탈-진실 경향을 선택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편 편향(myside bias)’이라는 것으로 오늘날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근거를 평가할 때, 그리고 근거를 제시하고 가설을 검증할 때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믿음, 의견, 태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가 가진 문제가 진실이라는 개념의 사회적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우리의 인지 편향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다행한 일입니다. 이는 이 ‘우리편 편향’은 인지 과학에서 깊이 연구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이 편향에 대해 알고있는 내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우리편 편향’의 여러가지 측면

여러 연구들은 우리가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이 ‘우리편 편향’을 드러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똑같은 선행에 대해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일원이 했을때 이를 더 칭찬하며, 나쁜 짓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실험 결과에 대해서도 그 결과가 자신이 가진 믿음과 충돌할 때보다 일치할 때 그 결과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정보를 검색할 때도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출처를 더 선호합니다. 순수한 수치적 결과를 해석할 때에도 자신이 가진 믿음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합니다. 논리적 판단 또한 자신이 가진 믿음의 영향을 받습니다. 동일한 삼단논법의 경우에도 “따라서 마리화나는 합법화 되어야 한다”라는 결론이 나왔을때 보수주의자보다 진보주의자가 그 논리를 옳다고 여기며, “따라서 누구도 태아의 생명을 없앨 권리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을때 진보주의자보다 보수주의자가 더 옳다고 여깁니다.

이러한 예는 너무나 많아서, 사실 여기에서 모두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곧 출판될 나의 새 책 “우리를 분열시키는 편견(The Bias That Divides Us)”에는 이 ‘우리편 편향’이 실험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우리의 생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올해 5월 초, 미국의 여러 주에서 사람들은 코로나 19를 막기 위해 내려진 재택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시위에 대한 반응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갈렸습니다. 곧 한 쪽 진영에서는 시위가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다른 쪽에서는 시위를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단 몇 주가 지난 후, 다른 이유로 새로운 시위를 하게 되자 이들의 입장은 서로 180도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에 등장하는 여러 인지 편향들은 실험 대상 중 일부에게만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 ‘우리편 편향’은 실험 대상 대부분에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류가 가진 가장 보편적인 편향입니다. 또한, 특정한 인지적 혹은 인구학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만 이 편향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지 편향 중 가장 보편적인 편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편 편향’의 극단적인 성질

이 편향이 지극히 보편적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우리편 편향’은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심리적 편향과 매우 다릅니다. 나는 동료 리차드 웨스트와 함께 1990년대 인지 편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연구 초기에 일반적인 인지 편향은 서로 연관되어 나타난다는 성질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여러 방법으로 지능을 측정했을때, 이 지능이 높을수록 인지 편향을 덜 나타낸다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또, 능동적인 열린 사고와 같은 몇 가지 사고 특성은 각 개인이 가진 인지 편향을 예측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는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es), 프레임 편향(framing biases), 과도한 자신감(overconfidence bias), 결과 오류(outcome bias), 결합 오류(conjunction fallacies), 기저율 무시(base-rate neglect) 등을 포함한 수많은 인지 편향에서 다 성립했습니다.

우리가 이 ‘우리편 편향’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 편향 역시 다른 인지적 편향과 같은 성질을 가지리라 예상했습니다. 곧, 다른 편향들처럼 개인이 가진 인지적 특성으로 부터 이를 예측할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편 편향’은 표준적인 인지 및 행동 기능 측정 결과와 전혀 무관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지능이나, 능동적인 열린 사고와도 무관했으며, 교육 수준과도 무관했습니다. 다른 편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특히, 한 영역에 대해 ‘우리편 편향’을 보인 이가 다른 영역에는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즉, 어떤 문제에 대해 이 편향을 보였다고 해서 다른 문제에도 이 편향을 드러낼 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곧, 이 ‘우리편 편향’은 가장 예측할 수 없는 편향인 것입니다.

‘우리편 편향’은 비이성적인 반응일까요?

‘우리편 편향’은 다른 면으로도 극단적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편향(기준점 편향, 프레임 편향, 기저율 무시 등)에 있어, 그들에게 자신들의 편향이 생각의 오류라는 사실은 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편 편향’이 우리 사회와 정치 지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도 한 개인에게 이것이 오류라는 것을 보이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무엇을 믿을지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 ‘우리편 편향’은 새로운 근거가 자신이 가진 기존의 믿음과 일치할 때 이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그에 반할때 덜 중요하게 판단하게 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얼핏 이는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과학철학에서는 실생활에서 이렇게 자신이 가진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근거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고 말합니다. 과학자들 또한 자신의 연구에서 이를 이용합니다. 이는 우리, 그리고 과학자들이 접하게 되는 정보가 완벽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정보의 신뢰성을 매번 파악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는 이 정보를 얻은 출처에 대한 신뢰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해 과학자가 자신이 원래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는 것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행위입니다. 과학자들은 늘 이런 방식으로 연구를 합니다. 자신이 가진 기존의 가설로부터 예상한 데이터와 새로운 데이터가 다를 때, 그 차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이 새로운 데이터를 구한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 차이가 클수록, 새로운 데이터는 예상치 못한 데이터가 되며, 따라서 과학자들은 그 출처를 의심하고 새로운 데이터의 신뢰성을 낮추게 됩니다.

이러한 인지 전략은 지식 투사(knowledge projection)라고도 불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략이 일반인들에게도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기존의 믿음이 자신이 바라는 근거 없는 희망이 아니라 실제 지식일 경우에만 말이지요. 이 전략이 부적절한 ‘우리편 편향’으로 바뀌는 것은 바로 기존의 믿음이 어떤 믿음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곧, 새로운 근거를 바탕으로 그것이 사실인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는 믿음은 정상적인 믿음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 믿음이 진실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실인 근거를 부적절한 근거라고 일축하게 만드는 믿음은 부적절한 믿음이며, 이때 우리는 ‘우리편 편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아벨슨은 첫번째 종류의 믿음을 검증가능한 믿음(testble belief)이라 명했습니다. 두번째 종류의 믿음은 전문용어로 원위 믿음(distal belief)이라 부릅니다. 이는 보다 쉬운 말로 신념(convic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념은 이 두번째 믿음이 감정적 책임(emotional commitment)과 자아의 몰두(ego preoccupation)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 적절한 표현인 면이 있습니다. 이 신념은 종종 어떤 가치관에서 발생하거나, 또는 정치적 당파적 이유로 만들어집니다. 우리편 편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새로운 근거에 대해 검증가능한 믿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행태가 실험적으로 확인가능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합의가 불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능의 유전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심리학 교수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는 지능이 어느 정도 유전된다는 근거를 알고 있지만, 인간 본성이 빈 서판(blank-state)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끌린 나머지 그 근거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 이 교수는 새로운 연구에 대해 자신의 어떤 믿음을 사용해야 할까요? 그가 만약 지능의 유전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사용해 새로운 근거를 평가한다면, 이는 기존의 믿음을 제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능의 유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에 바탕해 새로운 근거를 평가한다면, 이는 자신의 신념, 곧 자신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무언가를 사용한 것이며 그는 비합리적인 ‘우리편 편향’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의 사용은 ‘우리편 편향’으로 작용해 사회가 실제 사실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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