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zabeth Svoboda, 언다크)
제임스 햄블린의 “청결: 피부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Clean: The New Science of Skin)”(이하 “청결(Clean)”)은 그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바로 자신이 몇 년 전부터 샤워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과 의사이자 아틀란틱에 글을 쓰는 햄블린은 한 번씩 머리를 물에 적시기는 하지만 샴푸나 컨디셔너와 같이 미국인의 욕실에 꼭 있는 제품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의 고백이 주는 충격은 한편으로 우리가 얼마나 청결에 집착하는지를, 또 청결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하지만 햄블린은 정기적으로 몸을 씻어야 한다는, 이 그럴 듯하게 들리는 주장이 사실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주장인 동시에 어쩌면 틀린 주장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폰지를 비누 거품에 적셔 피부의 유분을 제거하는 것이 인체의 표면에 형성된 독립된 미생물 생태계, 곧 마이크로바이옴을 파괴하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몸을 씻을 때 우리는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혹은 미생물에 유용한 자원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그 미생물 생태계를 바꿔 놓습니다.” 몸을 씻는 문화를 강박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사실 우리를 질병과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진화가 만들어낸 최고의 전략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때로 뾰루지나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중요한 사실일 수 있습니다.
햄블린은 오늘날 우리가 피부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묘약을 사용하게 된 배경에는 수백 년 전 시작된, 청결이 곧 신성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흑사병과 여러 치명적인 유행병이 지나간 이후 “누군가가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그가 얼마나 깨끗한지에 따라 판단되었다”고 햄블린은 말합니다. “한 사람이 얼마나 깨끗한지가 바로 그의 신분을 상징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병원균의 존재와 비누를 사용해 전염병을 멈출 수 있다는 발견은 20세기 초반, 비누 회사들이 비누를 인명을 살리는 필수품으로 광고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비누 옹호자들은 우리와 공생하는 미생물을 씻어내는 것이 우리를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과학자들은 습진에 대한 일차적 처방인 국소 항생제와 세척제, 면역 억제제가 장기적으로 피부에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피부의 보호막을 씻어내거나 긁어내는 것은 피부 미생물 집단의 구성에 영향을 주며, 면역 시스템을 자극해 피부에 염증이 생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위생적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아미쉬처럼 과거의 농장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을 더 많이 가진다는 위생 가설과도 연결됩니다. 곧, 피부의 미생물 생태계를 너무 과도하게 씻어내면 면역 체계가 단련되지 못하고 결국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역 체계의 민감성은 면역 학자들이 “아토피 행진”이라 부르는, 습진, 음식 알레르기, 건초열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연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햄블린은 때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스타일로 엇나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피부 미생물에 대한 최신 과학 결과들을 흥미롭고도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피부 미생물 생태계를 비누로 파괴하는 것을 집에 초대한 손님을 내쫓는것에 비유합니다. 곧, 피부에는 일정한 수의 미생물 “손님”만을 모실 수 있으며 따라서 유익한 손님을 유지해야 불청객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청결(Clean)”은 마이크로바이옴과 이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미생물 생태계를 이용해 습진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심지어 우울증과 같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가능하다는 최신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실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들에 대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미생물 세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또한 자신이 가진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이미 가진 미생물들 중 기껏해야 일부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가 태어날 때 가지는 면역 체계를 “새롭게 부어진 콘크리트”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미생물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지만, 기초는 변하지 않습니다.”
피부의 미생물과 우리 몸 속 내장의 미생물 같은 다른 미생물 생태계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아직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적어도 성인이 된 이후 피부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완전히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적 위생 개념을 실행하지 않기로 한 햄블린의 결정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햄블린 또한 지적하듯이, 우리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피부의 미생물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면, 샤워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런 전지구적 전염병의 시대에 자신의 위생을 챙기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샤워가 피부의 미생물 균형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평균적인 사람이 햄블린과 같은 결정을 함으로써 지속적인 건강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이 책의 본질적인 한계는 이 분야가 완전히 새로운 과학 분야이며, 그 내부 지형과 경계가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점이 또한 이 책이 지닌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햄블린의 샤워로부터의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피부의 미생물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언젠가는 오늘날 우리가 가진 청결에 대한 문화적 강박증을 돌아보아야 하게 될 것임을 말해줍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햄블린은 앞으로도, 자기가 만드는 냄새가 사람들을 방에서 도망치게 하지 않는 한, 지금의 이 습관을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그는 아직은 괜찮다고 말합니다. “물론 나한테서 소나무나 라벤더 향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겨드랑이에 데오도런트를 뿌리지 않으면 양파 냄새가 진동했는데, 이제는 나에게 그런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다른 샤워 포기자들 또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피부 표면에 지저분한 얇은 막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언젠가 밝혀진다면, 우리는 데오도런트의 인공적인 소나무 향을 앞으로 덜 맡게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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