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지 않은 네 쌍둥이
아홉띠 아르마딜로는 독특한 번식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늘 유전적으로 동일한 네 쌍동이를 낳습니다.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실험실의 계산생물학자 제시 길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들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발달 단계의 우연이 성체의 생리적, 행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들은 환상적인 실험 대상입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첼의 말입니다. “내 말은, 누가 아르마딜로를 싫어하겠냐는거죠.”
길리스의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의 다양성이 극도의 초기에 시작된다는 것을 곧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다섯 마리의 아르마딜로 새끼가 태어난 첫 해에 각각으로부터 세 번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RNA 를 분석하고 고유의 유전자 표현형 패턴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먼저 유전학 분야에서 임의로 일어나는 것으로 잘 알려진 X 염색체의 불활성화 효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르마딜로는 인간 및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암컷은 두 개의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X 염색체의 발현이 수컷과 암컷에게서 일정하게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 특정한 발달 단계가 되면 암컷의 X 염색체 하나는 봉인됩니다. 모친과 부친에게서 온 X 염색체 두 개 중 어떤 X 염색체가 봉인될지는 마치 동전을 던지는 것과 같은 우연에 의해 결정됩니다. 만약 동전이 우연히 부친의 X 염색체를 살릴 것으로 결정할 경우, 그 세포로부터 분열된 세포들은 모두 부친의 X 염색체를 활성화시킵니다.
질리스는 이러한 임의의 동전 던지기가 아르마딜로의 배아가 겨우 세포 25개 정도일때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이 25개의 동전 던지기 결과는 모든 배아에서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에, 이 유전적으로 동일한 아르마딜로 새끼들은 자신들이 평생 유지할 “식별가능한 특성”을 이때 이미 가지게 됩니다.
이들은 아르마딜로가 가진 31개의 다른 염색체 쌍 또한 분석했습니다. 이 염색체들은 X 염색체처럼 완전히 불활성화 되지는 않지만, 각 염색체 중 어떤 부분이 활성화 되는지, 그리고 그 부분들이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합니다. 연구진은 기계학습 방법을 이용해 세포의 계통 분화에서 고정된 고유의 비율을 분석했습니다. 그들은 이 현상이 배아가 겨우 100여개의 세포일때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르마딜로 성체의 세포 수는 수 조 개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극히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고 UC 데이비스에서 복제 물고기를 통해 비슷한 연구를 하는 행동 생태학자인 케이트 라스코프스키는 말합니다. “이는 성체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발달 단계의 세포 하나는 수백, 수천, 수백만 개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에서 발생하는 파문과 비슷합니다. 돌 하나를 호수에 던질 때 돌의 무게와 모양, 속도에 따라 파문의 형태는 모두 다릅니다. 그 고유의 파문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물리학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임의성은 아르마딜로 배아에서 미세하게 다른 패턴의 유전자 발현을 만들고, 이는 이후의 발달 단계에 영향을 미쳐 개체가 서로 다른 특질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위해 이들은 전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그들은 아르마딜로의 쌍둥이 형제들이 전체 20,000 개의 유전자 중 500개에서 700개가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어떤 변이는 파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실제 값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각 새끼들마다 다른 이들과 다른 700개의 유전자는 또 달랐습니다. 이는 우연이 이러한 변이의 원인이라는 또다른 증거입니다.
이러한 유전자 발현의 차이는 특질의 다양성, 특히 면역이나 호르몬과 관계된 특질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새끼들 사이의 근육 성장 속도가 달랐고 그 결과 크기가 크게 달랐다는 것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길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그들이 확인한 전체 유전자 변이 중 약 10%가 발달 단계의 우연에 의한 것이라 추정합니다.
“당신의 표현형이나 행동이 당신이 수십개 혹은 수백개의 세포 덩어리일때 있었던 우연한 반응 때문이라는 생각은 적어도 내게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라스코프스키의 말입니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동성
이런 우연한 사건들은 행동양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경우 일란성 쌍둥이는 육체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면에서 훨씬 큰 차이를 보입니다. 심리적 차이는 뇌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제 과학자들은 뇌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체의 발달과정 중 뇌의 발달에는 우연성이 특별히 크게 작용합니다.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과 끊어짐은 종종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분명한 이유 없이도 이온 채널은 저절로 열리고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발달과정에서 해부학적, 행동적 특성의 변이와 관계되는 유전자들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들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뇌의 형성과 활동에 우연이 하는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하산과 그의 동료들은 사이언스 지에 이와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2013년, 그들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초파리의 뇌에서 신경회로 패턴의 차이가 바로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신경회로의 연결 차이는 심지어 같은 초파리의 좌뇌와 우뇌 사이에도 달랐습니다. 이들이 새로이 발견한 것은, 이 해부학적 차이가 특정한 행동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좌뇌와 우뇌의 비대칭이 큰 파리들은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이동한 반면, 보다 대칭적인 파리들의 이동 경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이 초파리의 신경회로가 보다 대칭적으로 만들어지도록 유전자를 조작하자, 초파리의 경로는 비효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반대로 비대칭성이 늘어나도록 만들었을때는 경로가 직선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들은 초파리의 이동 행위 중 약 35~40%가 이 신경세포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우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의 뇌에 있어서도 우연이 과연 어느 정도의 고유의 행동적, 심리적 특징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뇌의 발달 단계중 있었던 우연한 현상이 지금의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하산의 말입니다.
미첼은, 물론 특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50% 까지 그 수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우연을 활용하도록 진화하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이러한 우연에 의한 변이가 생명체, 특히 동물과 같은 다세포 생물의 생존 적합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박테리아와 다른 무성생식을 하는 단세포 생물에게 이러한 우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세포 생물은 우연을 이용해 벳-헷징(Bet-Hedging) 전략을 수행합니다. 이는 임의의 변이를 만들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생존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감염성 세균 중에는 항생제가 일족을 몰살시킬때를 대비해 평소 대사를 멈추고 동면 상태로 존재하는 “존속성 세균”이 있습니다.
우연은 새로운 특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와그너 팀의 연구결과 중에는 E. 콜리와 효모에 더 많은 우연이 발생하게 만들었을때 새로운 형질을 더 빨리 진화시켰음을 보인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생명체들 또한 우연을 통해 진화적 이득을 얻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산은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연은 생명체의 기본 원리라고 확신합니다.” 보트 또한 우연이 기존의, 유전형과 표현형의 일대일 관점에 비해 유전자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게 만드는 열린 관점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발달 단계에서의 우연은 어쩌면 표현형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기존의 유전자와 환경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패턴과 그에 대한 설명을 찾아왔습니다. 때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나 성격에 대해 ‘아 이건 내가 어릴때 받은 교육 때문이야’, 혹은 ‘엄마도 그랬었지’, 등의 그럴듯한 설명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분명한 설명은 사실이 아니며, 상당한 부분이 그저 우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라스코프스키의 말입니다.
미첼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우리의 많은 특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선천적입니다.” (이는 미첼이 2018년 출간한 “본성, 뇌 신경의 연결이 곧 나이다(Innate: How the Wiring of Our Brains Shapes Who We Are)”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연의 역할은 또다른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곧, 유전자를 이용해 키와 몸무게, 지능, 질병의 위험 등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연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많은 특질에 영향을 미친다면, 유전자를 통한 예측의 정확도는 극히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첼의 말입니다.
어쨌든, 본성과 양육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이 아닌 이 세 번째 요소의 등장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 줍니다. “바로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첼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할 때,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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