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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피로: 집에만 있는 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분석하던 연구자들은 최근 불편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3월 중순 주 정부들이 자가격리 지침을 내리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지지난 주(4/13~19)를 기점으로 나타난 데이터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거리두기의 모멘텀을 떨어뜨리는 “격리 피로”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검사와 접촉 추적이 전국적으로 가능해질 때까지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여전히 집에 머무르는 것인 만큼, 이런 변화가 너무 일찍 나타나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메릴랜드대학교 교통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레이 장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데 슬슬 지쳐가고 있다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일부 주가 소규모 자영업자의 업장과 해변, 공공시설 등을 개장함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을 기록한) 수치는 계속해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에서 팬데믹이 선언된 것은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사람들이 공공의 선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자가 격리를 실천할 의지를 보일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위대가 눈에 띄게 자가 격리 지침에 반발하고 나선 것을 기점으로 수치가 바뀌고 있는 것은 전문가들도 예상한 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하라(liberate) 트윗”에 이어 몇몇 주들이 지침을 완화하기 시작했죠.

4월 17일이 되자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사람(휴대폰이 하루에 1.6km 이하로 움직인 사람)의 비율은 일주일 전의 33%에서 31%로 줄어들었습니다. 그 전 6주간은 수치의 변화가 거의 없었죠. 출퇴근하는 사람의 비중은 그대로였지만, 한 사람의 하루 평균 이동 횟수도 2.4번에서 2.5번으로 늘어났습니다. 국가 간, 주 간 이동도 늘어났습니다. 차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무려 1억 명의 휴대폰 기록을 기반으로 한 방대한 데이터라, 통계적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이번 수치 변화가 일회성일지, 아니면 명백한 추세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메릴랜드 주지사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참여 중인 윌버 첸 박사는 이처럼 이동이 늘어난 것이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하려면 수 주가 걸린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이 더 많이 나다니면 감염의 위험이 커지고, 그러면 당연히 입원과 사망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UC 샌프란시스코의 감염학자 조지 러더포드 역시, “집에 있기 지루하니까”는 자가 격리 조치를 완화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왜 4월 13일이 분기점이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습니다. 달력상 두 달째로 접어드는 5주가 되고, 명확한 끝이 보이지 않자 미국인들의 정신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우선 나옵니다. 아무리 영상통화를 하고 랜선 칵테일 파티를 즐겨도 외로움과 고립감이 점점 쌓여갔다는 것이죠. 봄이 오면서 날씨가 따뜻해진 것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금방 날이 더워지는 남부 지방에서는 더욱 그렇죠. 설문조사 결과를 봄면 여전히 다수의 미국인이 자가 격리 조치에 찬성한다고 답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시위가 진행되면서 의지가 꺾인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의 공공의료 전문가 로리엔 에이브럼스는 시위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애매한 태도가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이 정도면 버틸 만큼 버텼다고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일부 주지사들이 경제 재개를 언급하기 시작하자, 어떤 사람들은 이제 돌아다녀도 안전하다고 속단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마음이 들떠버린 것이죠.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주 정부는 월요일(27일)을 경제 재개의 날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4월 17일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 3개 주에서 자가 격리를 실천하는 사람의 비율은 이미 미국 최저 수준입니다. 메릴랜드주의 한 카운티 당국자는 가게나 약국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지자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외출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위치추적 앱을 통해 수집된 스마트폰 데이터는 완벽하지 않지만, 접근이 쉽고 사람들의 이동을 일관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레이 장 연구원은 연구진이 정부, 감염학계와 정보를 공유해 코로나19의 확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연구진이 계산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수”는 전국적으로 4월 14일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이날은 미시간주에서 자가 격리 반대 시위대가 길을 막아선 사건이 전국적으로 보도된 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수는 사람들이 얼마나 집에 머무르는지, 비행기, 자동차,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로 얼마나 자주, 멀리 이동하는지를 반영하는 지수입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개를 산책시키느라 10분 이상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았으므로) 자가 격리를 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워싱턴 D.C. 지역에서는 4월 17일을 기점으로 이동이 늘고 집에만 머무는 사람의 수도 줄었습니다.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로, 직전 금요일에 55%였던 자가 격리 주민의 비율이 50%로 떨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D.C. 지역에서는 여전히 알링턴 카운티가 가장 모범적으로 자가 격리를 준수하고 있었습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는 같은 기간 수치가 45%에서 43%로, 프린스조지스 카운티에서는 37%에서 34%로 줄어들었습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수치는 46%에서 44%로 줄었고, 프린스윌리엄 카운티는 34%, 루던 카운티는 37%였습니다.

물론 이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장 연구원은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어떤 사람이 혼자 숲속에서 산책하려고 산책로 입구까지 차로 이동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면 두 번 외출한 것으로 기록되겠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남에게 옮길 가능성은 집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집에 머무를 것을 요구한 역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데이터는 흥미롭습니다. 격리했더라도 소규모여서 지역 보건 담당자가 격리자를 매일 방문하고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죠. 기간도 최장 14~21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적인 규모로 한 달 넘게 격리가 이루어질 때는 공공 기관이 지원하고 격려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동 제한 지침은 격리보다 훨씬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집에만 있으라고 하기는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 덕분에 감염률이 낮아질수록, 사람들은 자택 격리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지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규모가 큰 공원은 연다든지, 자동차는 다니지 못하도록 도로를 일부 폐쇄해 보행자들이 서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소매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우버나 리프트 영업을 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면,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계속해서 공감의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립감, 외로움에는 분명한 실체가 있습니다. 집에 머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부가 계속해서 이러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 로리엔 에이브럼스, 조지워싱턴대학교

(워싱턴포스트, Katherine Sh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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