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나는 설탕을 끊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만 설탕을 먹지 않을 생각이었죠. 나는 카페인이나 알콜, 또는 인터넷 뉴스와 같은 것들을 한 달씩 참아보는 그런 시도를 자주 했습니다. 초콜릿 외에는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생활이 크게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설탕을 끊자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실험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곧 새로운 습관이 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던 여러 측면에서 나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조금이라도 허기가 지면 “짜증(Hangry)”을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아몬드나 말린 과일을 늘 지니고 다녔지요. 설탕을 먹던 시절에는 아침에 달리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려고 할 때마다 너무 졸렸고, 다리는 천근만근으로 느껴졌습니다. 오후에는 머리 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일할 때는 낮잠을 꼭 잤습니다. 기분이 쉽게 바뀌었고, 즐겁다가도 우울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그저 삶의 일부로 여겼습니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이것이 내 성격의 단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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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끊고 처음 2주 정도는 짜증이 자주 났습니다. 겨울의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줄 알았지요. 하지만 곧 나는 차분해지고, 기분이 편안해지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 짜증이 금단 증상은 아니었을까?
설탕을 끊어 보자는 것은 어쩌다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설탕은 치아를 썩게 만든다는 것밖에 몰랐습니다.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전혀 몰랐지요. 하지만 설탕을 끊은 이후 내 상태가 너무나 좋아졌기 때문에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관련 내용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화학자에게 설탕은 수소, 탄소, 산소로 이루어진 몇 종의 분자를 말합니다. 이들 중 몇 가지는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젖당(lactose)은 우유에 들어 있습니다. 설탕의 한 종류인 디옥시리보오스는 DNA의 D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장 많이 섭취되는 설탕은 포도당(glucose), 과당(fructose) 그리고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형태의 자당(sucrose)입니다. 포도당과 과당은 6개의 탄소 원자, 12개의 수소 원자, 그리고 6개의 산소 원자라는 같은 원자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화학적 구조가 다릅니다. 사람은 혀로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곧, 과당을 더 달게 느낍니다.
포도당은 혈액을 통해 에너지원으로 세포에 전달되며, 혈당(blood sugar)이라고도 불립니다. 물론 과일과 야채 속에 과당과 함께 존재하기도 합니다. 자당은 사탕수수나 근대(beet)에서 추출되며, 커피에 넣는 하얀 육면체 모양으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흔히 이 자당을 “설탕”이라 부릅니다. 탄산 음료에 단맛을 내는 고과당 콘시럽은 포도당과 과당의 혼합물입니다. 꿀도 포도당과 과당의 혼합물이지만, 꿀에는 다른 성분들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설탕의 역사에는 부끄러운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설탕의 단맛에 매료된 것이 노예 무역을 낳은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미국의 아프리카 노예 중 2/3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고 말합니다. 설탕은 폐암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담뱃잎을 설탕 시럽에 재워 담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설탕은 담배 연기가 폐에 더 잘 흡수되게 합니다.
설탕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점점 더 많은 의사들이 설탕 소비를 여러 의학적 질병의 원인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뇨, 비만, 고혈압, 심장병, 통풍, 비알콜성 지방간, 그리고 여러 종류의 암과 심지어 치매에도 설탕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유아기의 설탕 섭취가 인슐린 분비를 높여 눈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며, 때문에 근시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곧, 설탕의 위험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에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탕을 끊은 뒤 즉각적인 변화를 느낀 사람이자 한 사람의 진화생물학자로서 나는 설탕의 해로움을 말하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역사적으로 우유, 꿀, 과일을 통해 당분을 섭취해 왔습니다. 사탕수수가 유럽에 등장한 것은 겨우 1천 년 전이며, 그것도 향신료, 의약품, 보존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700년 경, 영국의 평균 설탕 소비량은 연간 1인당 2kg이었습니다. 오늘날 그 양은 10배로 늘었습니다. 지난 300년 동안 설탕은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늘날의 설탕 섭취량은 인간에게 정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원하는대로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우리 몸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식의 성분은 각각 우리 몸에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설탕은 그 좋은 예입니다. 포도당은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하지만, 과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당은 간에서 대사되어 지방으로 바뀝니다. 과당이 신진대사 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여러 증거들이 있습니다. 설탕을 섭취할 경우 우리 몸은 포도당과 과당을 동시에 섭취하는 것입니다. 단 음식을 자꾸 먹고 탄산 음료를 마시면서 과도한 양의 설탕을 섭취하는 것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이중으로 부담을 주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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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끊은 이후, 나는 당이 더해진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케이크, 쿠키, 아이스크림, 도넛, 머핀, 사탕 등 설탕이 들었다는 것이 명백한 음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식초와 피클에도 설탕이 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초밥에 쓰는 밥도 단맛을 내려고 설탕을 버무립니다. 그래서 나는 초밥도 끊었습니다. 메이플시럽을 쓰지 않으며, 포도, 단감, 대추와 같은 특별히 단 과일도 피하고 있습니다. 과일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감미료를 쓰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르게 먹을 뿐입니다. 초콜릿은 여전히 먹지만, 카카오 100%만 먹습니다. 다행히 우리 동네에는 다양한 무설탕 제품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설탕이 없는 초콜릿은 말그대로 초콜릿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가 원산지마다 맛이 다르듯, 초콜릿도 그렇습니다. 설탕을 끊은 이후 나는 예를 들어 캐슈넛과 같은 다른 음식의 풍미에 포함된 단맛에 더 민감해졌습니다.
설탕을 끊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우리 주변에 얼마나 설탕이 많이 사용되는지 발견했습니다. 거의 모든 가공음식에는 설탕이 들어있습니다. 야채 조리법에 설탕을 넣으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설탕을 끊기 전에는 나도 그린빈, 콩, 옥수수를 삶을 때 설탕을 한 숟갈 가득 넣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일입니다.
설탕을 같이 즐기자는 사회적 압력 또한 엄청납니다. 모든 음식에서 설탕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아침식사는 설탕 덩어리에 가깝습니다. 어린 시절 오후 티타임에는 꼭 케이크를 같이 먹었습니다. 모임에는 누군가가 다같이 먹을 간식을 가져오는데, 대부분 단 음식이죠. 할로윈은 단것을 마음껏 먹어도 되는 날이 되었습니다. 단것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광고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옷에는 막대사탕이 먹음직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천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모양 아기 장난감이 있습니다. 컵케이크 형태의 비누와 설탕이 뿌려진 도넛 모양의 촛대가 있습니다. 종이로 디저트를 만드는 종이접기 책도 있습니다.
나는 식당에서 주방장을 불러 어떤 식초를 썼는지, 그리고 음식에 설탕을 넣었는지 따지는 공격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명절이나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레몬 머랭파이 같은 것을 한 입 베어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 세어보아도 1년에 대여섯 번 정도일 겁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시도한 한 달의 실험이 끝나면 항상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설탕을 끊는 것은 그저 잠재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내가 아는 설탕을 끊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 삶 또한 훨씬 나아졌습니다. 나는 이제 필요할 경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이킹을 할 수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공복감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이른 아침 달리기는 내 삶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더 차분한 사람이 되었고, 기분이 갑자기 변하지도, 오후에 피로를 느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설탕을 끊자 사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어 졌습니다.
(가디언, Olivia Ju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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