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경제

포스트 코로나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적자생존일까 구조변화일까?

선진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은 바이러스와 관련된 봉쇄 조치들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초래할지 머리를 싸매고 연구 중입니다. 경제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3분의 1, 아니면 10분의 1? 침체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3개월, 6개월, 아니면 그 이상? 확신을 가지고 답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똑같은 내용의 대화가 전세계 기업의 이사회 회의장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현금 흐름이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우리 회사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이 혼란 속이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소수의 강력한 기업들이 더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재정적 안정성을 보유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존슨앤존슨즈의 신용도는 캐나다보다 높습니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대부분 국가의 부양책 규모를 뛰어넘죠. 유니레버는 공급업체에 현금을 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대기업들이 더 높은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또는 약한 경쟁업체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더 높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가 이 기업들을 통제하게 될 거라는 점이죠.

경기 침체는 약한 기업들을 솎아내는 자본주의의 정리 매커니즘입니다. 3차례의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10개 분야 상위 25%에 속하는 미국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6% 오른 반면, 하위 25%에 드는 기업들의 주가는 44% 떨어졌습니다. 2020년의 경기 침체는 전형적인 침체보다는 짧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고려하더라도, 매출과 이익은 훨씬 가파르게 떨어질 것입니다.

여행 제한과 영업 금지로 직격탄을 맞는 기업들은 얼마나 가파른 내리막이 될지를 파악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의류 체인점인 프리마크(Primark)는 지난 3월 23일, 매달 7억7천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포기하고 12개 국 376개의 점포를 모두 닫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절반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마주한 그림은 훨씬 더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암울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장들은 여전히 돌아가고, 화이트칼라 산업은 원격 근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배당금을 깎고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의 자금을 소진해야 할지를 아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엄청난 양이 되겠죠.

그렇다면 살아남을 업계 최고는 누가 될까요? 기업들의 회복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800여 개 기업들을 분석했습니다. 신용보험 비용, 영업마진, 현금 완충장치, 레버리지, 이렇게 네 가지 요소로 종합 점수를 냈습니다. 중간 규모 기업들 가운데서도 고득점자가 있기는 했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기업 가치 및 이익 기준 규모가 컸습니다. 가장 튼튼한 100개 기업의 중위 기업 가치는 가장 약한 100개 기업의 두 배에 가깝고, 중위 영업 이익은 17% 높았습니다. 지난 달의 주가 하락세도 훨씬 낮았죠.

실리콘밸리와 대형 제약회사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테크 기업이 48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10위), 애플(13위), 페이스북(14위), 알파벳(18위)은 현금 완충장치가 크고,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는 100개 중 24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현금도 넉넉히 가지고 있고, 특정한 약이 필요한 사람의 수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반면 막스앤스펜서,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교통과 소매업, 레크리에이션 관련 기업들의 순위는 낮습니다.

같은 분야 안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확연하게 나누어집니다. 아마존은 e-커머스의 수요 폭등에 맞추어 미국에서만 10만 명을 신규 고용했습니다. 반면 신생 스타트업에 크게 투자한 일본 재벌 소프트뱅크는 4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회수를 발표했습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엑손모빌, 로얄더치셸, BP가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비해 훨씬 성적이 좋습니다. 반면 과감한 인수로 공격적인 덩치 불리기에 매진해온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은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됐습니다. 항공기 제조사들 가운데서도 운명이 갈립니다. 유럽의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3월 23일, 320억 달러 규모의 유동 자산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기업 보잉은 정부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의 회복탄력성은 곧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뜻하고, 이는 더 큰 시장점유율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들의 자본비용은 낮고, 공급업체도 이들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투자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때 투자도 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실업 문제를 걱정하는 정부의 장려로 다른 기업들을 인수하게 될 것입니다. 신생기업이 대기업의 영역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은 한동안 낮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대기업들이 원하는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사회 계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필수품을 낮은 가격에 내놓고 직원들에게 더 높은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습니다. 약한 회사들이 구제 금융과 보조금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 구제 금융에 쓰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책정한 예산은 최소 4조 달러에 달합니다. 일부 산업은 당분간 가격과 생산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승인 받은 카르텔의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강한 기업이라도 자신의 우위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는 사회와 사람들의 행동에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글로벌 구조를 바꾸어놓게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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