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수치들은 환상적입니다. 매달 유튜브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9억명으로, 이들은 하루에 수십억 시간의 영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이용합니다. 유튜브는 전세계에서 구글 다음으로 많은 검색이 이루어지는 사이트입니다. 또 구글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사이트이기도 합니다. 매 1분 마다 400시간 분량의 컨텐츠가 올라옵니다. 컨텐츠 증가량으로도 페이스북 다음의 전세계 2위 입니다.
유튜브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들을 영상 혹은 시각적 매체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물론 유튜브에서는 영상이 플레이됩니다. 그리고 게임이나 뷰티처럼 영상이라는 특징이 중요한 분야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의 진정한 힘은 영상이 아닙니다. 유튜브는 전지구적 스케일의 아마추어 라디오입니다.
유튜브는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방송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적당한 수준의 영상을 만드는 것은 라디오처럼 쉽지는 않으며, 특히 영상으로 의미있는 정보를 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저 말로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은 터무니 없을 만큼 간단합니다. 그저 녹화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를 자신을 향하게 한 후 이야기를 시작하면 됩니다. 유튜브에 올려지는 영상의 상당수가 이런 누군가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컨텐츠 중 목소리만 나오는, 혹은 목소리 중심의 (큰 의미가 없는 영상이 나오는) 영상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다른 앱을 사용하면서도 백그라운드로 유튜브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중요한 차별점이었습니다. 바로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유튜브에서 음악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누군가가 무언가를 말하는 컨텐츠입니다. 그리고 이런 컨텐츠를 들으며 귀를 기울이는 경우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 비중이 10% 정도 된다면 (나는 더할 것이라 봅니다) 이는 매일 1억 시간의 라디오 방송이 소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스타그램의 뜨듯미지근한 정보나 그보다는 시끄러운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같은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귀기울여 듣는 라디오입니다.
내가 도서관에 앉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앞의 한 사람은 유튜브를 백그라운드로 두고 벤 샤피로의 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헤드폰을 쓰고 있습니다. 그는 벤과 사적인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헤드폰과 미국
사람들은 가짜 뉴스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주범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미디어들은 사람들이 이미 깨달은 것을 보여줄 따름입니다. 우리는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서는 우리의 마음을 바꾸게 하는 그런 종류의 진정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귀로 무언가를 들을 때, 그 억양과 말솜씨로부터, 그리고 자동차 안과 헤드폰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 있을때 비로소 마음을 바꿉니다. (이는 우리가 쓰는 표현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본다(see)”는 동사는 무언가를 확인할때 사용하지만, “듣는다(listen)”는 동사는 주의를 집중할 때 사용합니다.) 우리는 귀를 사용할 때, 그 의견의 중요성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바로 이 때문에 미디엄이 곧 메시지인 것입니다.
모든 미국인이 헤드폰을 쓰게되었고 또 그 헤드폰으로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를 듣게 된 지금, 미국의 정치와 우리 사회의 가치, 그리고 철학이 차가운, 열린 가치에서 뜨거운, 닫힌 가치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나는 단순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렌 또한 이런 변화와 잘 맞는, 핫메시지를 가진 핫한 후보입니다. (워렌은 내가 아는 한 정치적 의사를 합법적으로 전달하는 목적으로 긴 분량의 글을(역시 핫미디어입니다)을 이용한 최초의 후보입니다.)
핫미디어와 특히 잘 맞는, 그리고 오디오로 전달될 때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그런 종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주요한 정치적 주제로 부상한 주제입니다. 바로 차별에 관한 메시지입니다. 나는 어떤 집단을 배제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구체적 의미가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의미를 말합니다. 지난 몇십년 동안 미국의 현대자유주의(Modern liberalism)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운동장을 평평하게”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평등을 핵심가치로 삼아 쿨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동등한 권리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로 자유무역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금의 자유주의에 대한 반발, 특히 MAGA 운동(트럼프라는 완벽한 선동가를 가진)이 분명하게 표현하는 이 반발은 이러한 평등과 “평평한 운동장”에 대한 반발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곧 “미국을 다시 차별국가로(Let America Discriminate Again)”와 같습니다. “당신들은 우리가 X 와 Y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믿어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우리 모두 이 둘에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잖아요.” 여기 X 와 Y 에는 “시민과 비시민”, 혹은 “보통 사람과 부자” 등 무엇이든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메시지들은 글자나 영상과 같은 형태보다 목소리를 통해 전달될 때 훨씬 강력하게 들립니다. 이는 좌파나 우파를 가리지 않습니다. 메시지의 내용은 달라질지언정, 작동방식은 동일합니다. 헤드폰은 이런 정교한 차별의 언어를 위한 사적인 공간을, 이러한 메시지가 가장 크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채널을 만듭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오디오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매체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좌파는 팟캐스트를, 우파는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핫미디어와 쿨미디어가 사회에 처음 소개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핫미디어인 책을 대중화시킨 인쇄술은 이후 수 세기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초, 또다른 핫미디어인 라디오 또한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맥루한이 영국과 미국이 바이마르 독일과 달리 라디오의 핫한 효과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로, 낮은 문맹률과 넘쳐나는 인쇄물로 인해 일종의 “백신”을 맞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나는 최근의 오디오 레볼루션이 야기할 미래의 사건 또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어떤 개도국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를 지명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헤드폰이 없는 세상은 확실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디오를 줄이자
몇 달 전, 나는 팟캐스트를 끊었습니다. 이는 내게 무척 큰 변화였습니다. 나는 출퇴근 시 혹은 집에서, 그리고 달리기를 할 때 등 매 주 서너 시간을 팟캐스트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주로 듣던 것은 가벼운 예능 팟캐스트 였고 (What a Time to be Alive, Blocked Party, UYD 를 가장 즐겨 들었죠) 정치나 스포츠, 혹은 일과 관련된 진지한 내용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급진적인 메시지나 중요한 정보를 팟캐스트를 통해 머리속에 집어 넣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팟캐스트 듣기를 멈춘 뒤, 나는 내 생각이나 글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 뇌는 좀 더 조용해졌습니다. 오랫동안 큰 소리로 무언가를 듣다가, 그 소리를 줄인 이후에야 “아 그동안 무척 시끄러웠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고, 나는 더 명확하게 더 자유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쓰는 칼럼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되었고, 몇몇 독자는 내게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이메일로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나는 팟캐스트를 끊은 것이 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그 시간들이 그립기는 하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완전히 끊어 보아야만 그게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과 모니터에 대한, 웹 중독과 스크린 타임에 관한 논의는 많지만, 청각 손실을 제외하고는 오디오 자극에 대한 우려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 경험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들을 때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또 일에 따라, 핫한 고해상도의 감각 처리 상태가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은 단순히 핫한 상태를 더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당신도 나처럼 한 번 오디오를 끊어 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1주일만 헤드폰 없이, 자동차에서 라디오를 틀지 말고 지내보세요. 그리고 그 느낌이 어떤지 느껴보기 바랍니다. 이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그런 종류의 일보다 훨씬 쉬운 일입니다. 뇌의 차별적인 고해상도 모드를 껐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봅시다. 어쩌면 당신은 별 차이를 못 느낄지 모르지요. 하지만 나는 분명 느꼈습니다.
(Alex D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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